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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현대무용, 객석에 생기 돌아요”

입력 | 2019-10-15 03:00:00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관객이 즐길 수 있는 공연 추구… 내달 1∼3일 서울서 신작 선보여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한국 무용수들은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김연아 선수를 떠올리게 할 만큼 몸의 센터(중심)와 음악성을 잘 갖추고 있어 그 아름다움이 남다르다”고 칭찬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적어도 현대무용이 관객들을 ‘의문의 방’으로 이끌진 말아야죠.”

현대무용을 한 편 보고 난 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하고 빠졌던 고뇌는 관객의 몫이자 큰 숙제였다. 그만큼 현대무용은 일반 관객층이 다가가기 어려운 불친절한 장르라는 인식이 강했다.

다행히 최근 국립현대무용단을 필두로 이런 분위기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2016년 말 안성수 예술감독(57) 부임 후 국립현대무용단 공연 객석에는 ‘생기가 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무용 좀 즐기는’ 일반 관객층이 늘고 있기 때문. 10일 서울 서초구 국립현대무용단에서 만난 안 감독은 “무용계 저변을 확대하려면 뭣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화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77.6%를 기록하던 무용단의 평균 객석점유율은 그가 부임한 뒤 96.2%까지 껑충 뛰었다. 유료 객석 점유율도 같은 기간 평균 66%에서 86%로 높아졌다. 일반 관객에게 한 발 더 다가가려는 그의 노력이 통한 셈이다.

“공연장에 나가 보면 알아요. 자주 보던 무용계 관계자 얼굴보다 낯선 얼굴을 볼 때 참 반갑더라고요. 하하.”

안 감독은 “국립현대무용단이 해야 할 것, 하지 않아도 될 것, 해서는 안 될 것을 철저히 구분해 지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무가 육성과 해외무용단과의 교류에 힘썼다. ‘오픈―업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일반 관객과의 접점을 꾸준히 찾았다. 예술교육은 타 기관의 몫으로 남겨 두고, 친목 도모 성격의 공연은 과감히 배제했다.

“무용계의 친선 도모는 고질적 병폐이자 단점이죠. 무용계가 프로페셔널이 되려면 이를 넘어서야 해요.”

그는 뒤늦게 미국에서 무용에 입문한 ‘늦깎이 무용수’였다. 영화를 공부하러 떠난 미국에서 우연히 발레를 수강하다 매력에 빠졌단다.

“군대에서 다친 허리 때문에 근력을 키우려고 발레 수업을 들었어요. 그런데 남자 무용수들을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이 불쑥 생겼죠.”

이후 줄리아드대학에서 무용 공부를 마치고, 무용단을 결성했다. 안무가로 활동하며 귀국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맡았다. 그는 “2분 동안 장면에 진전이 없으면 재편집에 들어가는 영화의 ‘2분 룰’을 무용 안무에도 적용해 속도감을 추구한다. 먼저 배운 영화가 은근히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해외 교류도 그가 중시하는 포인트다. “한국 무용수의 기량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그는 최근 초청을 받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새 안무 작 ‘검은 돌: 모래의 기억’을 먼저 선보였다. “겹겹이 쌓이는 시간과 흔적 끝에 남은 우리의 존재를 무용으로 표현했다”는 작품은 국악기를 베이스로 한 음악 위에 무용수들의 몸짓을 녹였다. 11월 국내 관객과도 만난다.

“이번 작품만큼은 그동안 제가 하고 싶었던 모든 걸 다 쏟아부었습니다. 재밌는 몸의언어를 느껴보세요.”

11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1만∼5만 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