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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 정치신인이 대통령에

입력 | 2019-10-15 03:00:00

법학교수 출신 사이에드 77% 지지… 클린 이미지에 준법 강조 ‘로보캅’
정당 기반 없어 국정 순항 미지수




13일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에 민주주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에서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교수 출신 아웃사이더 대통령이 탄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대선 결선투표 출구조사에서 무소속인 카이스 사이에드 후보(61·사진)가 77%의 지지를 얻어 27% 득표에 그친 언론 재벌 나빌 카루이 후보(56)를 앞섰다. 명문 튀니스대에서 지난해까지 약 20년간 헌법을 가르친 사이에드 후보는 특히 18∼25세 유권자로부터 90%의 지지를 얻을 만큼 젊은층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허름한 곳에 선거사무소를 차릴 정도로 부정부패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이미지,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 등이 많은 호응을 얻은 결과로 풀이된다. 사이에드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 후 “새로운 튀니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젊은 세대가 이번 선거를 이끌었고 나는 그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사이에드는 사형제 및 동성애 금지에 찬성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줄곧 철저한 법 집행의 중요성을 강조해 ‘로보캅’이란 별명도 얻었다. 튀니지는 2011년 1월 ‘아랍의 봄’을 통해 20년 넘게 장기 집권하던 독재자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을 몰아냈다.

일각에서는 정치 경험과 정당 기반을 갖추지 못한 사이에드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산적한 경제와 사회 문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다만 현재 제1당인 온건 이슬람 성향의 ‘엔나흐다’는 이날 결선투표 직전 사이에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