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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심기 못읽은 ‘시진핑 가면 환영식’

입력 | 2019-10-15 03:00:00

인도 학생 2000명 習 방문때 도열
홍콩 복면 금지법 의식한 中매체, 순방 보도에서 이 행사는 쏙 빼




10일 인도 첸나이의 한 학교에서 인도 학생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 사진으로 만든 가면을 쓴 채 앉아 있다. 학생들 뒤로 시 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이날 이 학교 학생 2000명은 시 주석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이 행사를 열었다. 첸나이=AP 뉴시스

10일 인도 남부 첸나이 콜라투르의 한 학교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환영하는 독특한 행사가 열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2000명은 한 학교 운동장에 모여 시 주석의 중국어 이름을 그대로 본뜬 대형을 만들어 운동장에 앉았다. 운동장에는 시 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설치됐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hearty welcome)”라는 노란색 영어 글씨도 등장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을 상징하는 빨간색 상의를 맞춰 입었다.

흥미로운 점은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이 모두 시 주석의 얼굴 사진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교실에 있는 학생들조차 시 주석의 가면을 썼다. 20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모두 시 주석의 얼굴 가면을 쓴 채 모여 앉아 있는 장면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창조적’이란 평가와 ‘기이하다’는 부정적 반응이 엇갈렸다.

시 주석의 인도 방문을 대대적으로 전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 행사를 전혀 소개하지 않았다. 프랑스국제라디오방송(RFI) 중문판은 13일 “홍콩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 등으로 마스크가 홍콩 시위대를 상징하고 있다”며 이를 보도했을 때 후폭풍을 두려워한 탓이라고 풀이했다. 홍콩 정부는 5일부터 사실상의 계엄령인 긴급법을 발동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시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1, 12일 양일간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투자·인적교류 확대, 테러 공동 대응, 군사 협력 등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1일 건국 70주년 행사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인도를 택했다. 특히 두 나라가 국경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와중에 인도를 찾은 것은 인도를 우군으로 확보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