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개방형 혁신-협업 생태계 선언
현대자동차그룹은 15일 정부의 미래자동차 분야 산업전략 발표에 발맞춰 국내 중소·중견업체와 함께하는 ‘미래차 생태계’ 전략을 공개했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특정 기업의 성공을 넘어 상생을 위한 자동차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자동차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개방형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형태의 미래차와 모빌리티 서비스가 국내에서 보편화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 개발자의 포털인 ‘현대 디벨로퍼스’를 열었다. 이 포털에 들어가면 현대차가 그동안 쌓아놓은 운행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볼 수 있어 중소기업들이 이를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주행 거리나 안전운전 습관에 맞춰 자동차보험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기술 개발에 2025년까지 총 41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오픈 플랫폼 포털을 통해 스타트업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상생하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정부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과 중국은 전기차에, 일본은 수소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두 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에 나선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특성이 다른 만큼 한쪽으로 자원이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정보기술(IT) 업계도 이미 미래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0억 유로(약 26조 원)를 투자해 2025년까지 8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양산을 준비 중이고 중국도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에서는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업체가 앞서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전환에 변수가 많지만 IT기업이나 테슬라 같은 신생 업체보다 대규모 생산 라인을 갖춘 전통 기업들이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차로의 전환에 따른 전반적인 고용 감소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급격한 고용 감소는 전면적인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정한 것으로 내연기관차 생산이 일정 부분 유지되고 미래차가 수소차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소전기차의 경우 고용 감소 폭이 전기차보다 작고 자율주행 기술 역시 고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지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