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마주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7월 일본 수출 제한 조치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는 8월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평가다. 동아일보DB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불행히도 그런 내 희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7월부터 한일 양국은 동북아시아 무역과 안보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와 안보 조치들로 갈등 영역을 확대했다.
일본은 7월 초 한국의 전자제품 생산에 핵심적인 부품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통해 역사 문제를 무역 분야로 옮기는 첫 단계를 밟았다. 이후 민간 및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을 수출할 때 신속한 승인을 받도록 하는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일본은 수출 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는 앞세웠지만, 그 결정이 내려진 시기와 이에 대한 설명(commentary)으로 볼 때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은 주요 동맹국 간 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침묵하고 있지 않았다. 양국 간 분쟁에 무역 문제를 끌어들인 일본의 결정에 놀라고 실망한 미국 고위 관리들은 양국이 보복 조치를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입장차를 해결하도록 촉구했다. 특히 미국은 지소미아가 군사적 역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종료하기로 한 한국의 결정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
한일 관계를 훼손하는 역사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것이다. 양국이 휴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첫째, 지소미아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이 수출 제한 조치를 취소하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되돌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무역 분야의 협의는 현재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통제와 관련해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양자 간 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한국 대법원의 판결 문제가 남아있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전쟁 보상이 이뤄졌다는 법적 주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배상하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일부 저명한 한국인은 그 목적을 위한 기금 마련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한국과 일본만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양국의 오랜 친구로서 나는 양국이 최근 조치들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일본이 역사 문제를 무역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은 잘못이었고, 이를 안보 영역으로 끌어들인 한국의 지소미아 관련 결정은 오류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제 양국 간 법적 분쟁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찾을 때가 아닌가.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