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안보 명분 영향력 확대 나서… 푸틴, 사우디 이어 UAE도 방문 WP “미군 철수 가장 큰 수혜자는 러”… 더타임스 “베트남전 패퇴 연상시켜”
미국이 중동 문제에서 발을 빼는 사이 러시아는 중동 내 영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터키-시리아 접경지역에 군 병력을 투입하는 한편 중동 국가들과 접촉을 늘리며 외교 행보에 나섰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군 병력이 시리아 북부의 요충지 만비즈에서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 사이를 순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활동이 터키 정부와의 ‘협력’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 철수로 생긴 ‘안보 공백’을 자신들이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14일 미국의 핵심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그의 사우디 방문은 2007년 이후 12년 만. 양국은 시리아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도 방문한다. 미국이 이날 터키에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터키와 러시아가 밀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배신하면서 미국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러시아가 그 틈을 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집권한 아사드 정권은 2011년 내전 후에는 입지가 위축됐지만 최근 쿠르드족이 아사드 정권과 손을 잡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이란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알리 파톨라네자드 연구원은 WP에 “이란은 중동에서 믿을 만한 세력은 자신들뿐이라고 선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군의 시리아 철수에 대해 14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치욕적인 후퇴 작전을 벌이는 미군의 모습이 1975년 베트남 전쟁에서의 패퇴를 연상시킨다”며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미국의 군사적 모험이 베트남에서처럼 이번에도 부끄러운 후퇴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이윤태 oldsport@donga.com·손택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