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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형호군 유괴 ‘그놈 목소리’… AI로 분석중

입력 | 2019-10-16 03:00:00

경찰 “미제사건 원점서 재수사”… DNA 분석보다 더 까다로워




경찰이 미제로 남아 있는 ‘이형호 군 유괴살인 사건’의 목소리 증거물을 음성분석 회사에 맡겨 감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과 함께 국내 3대 미제 사건으로 꼽힌다.

15일 서울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등에 따르면 최근 경찰은 이 군 유괴살인 사건의 범인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을 음성분석 전문회사인 A사에 맡겼다. 대법원의 특수감정인으로 등재돼 있는 이 회사는 각종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된 음성 자료에 대한 분석과 전문적인 조언을 맡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의 녹음 자료 분석도 맡았었다.

이 군 유괴살인은 1991년 1월 29일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이 군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실종된 뒤 43일 만인 3월 13일 한강공원 잠실지구 인근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부검 결과 이 군은 실종 당일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유괴범은 이 군의 집으로 60여 차례에 걸쳐 협박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했다. 경찰은 전화 목소리를 토대로 30대 전후의 남자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범인을 붙잡지는 못했고 이 사건은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2007년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그놈 목소리)가 제작되기도 했다.

A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성문(聲紋)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인의 목소리를 아날로그 방식인 릴테이프로 보관해 오다 최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을 마쳤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도 성문 분석을 맡겨 놓은 상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무기수로 수감 중인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확인된 이후 이 군 유괴살인 사건의 재수사를 지시했다. 경찰은 당시 수사 기록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한 뒤 용의자들이 추려지면 전화 목소리의 성문 분석 결과와 하나하나 대조해 나갈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목소리로 동일인인지를 판정할 수 있는 확률은 유전자(DNA) 비교 방식에 비해 낮지만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