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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만들고 전자책-투자상품 출시… 공연, 무대 밖으로 나오다

입력 | 2019-10-16 03:00:00

진화하는 공연 마케팅




3 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의 도슨트북서비스, 4 카카오페이 투자상품으로 출시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5 CJ ENM 오쇼핑부문이 진행한 뮤지컬 ‘시라노’의 모바일 생방송 쇼. CJ ENM·EMK뮤지컬컴퍼니·클립서비스 제공

오프라인과 극장 인근에서 주로 진행되던 공연 마케팅이 점차 온라인과 장소 불문으로 진화하고 있다. 극장 안팎에 옥외 광고물을 걸거나 공연장 인근에 포스터를 붙이는 전통적 마케팅에서 탈피해 투자상품, 전자책, 포토존, 웹툰 등과 결합하고 있다.

최근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공연 중인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이곳에서는 공연 전 스마트폰을 통해 공연 소개 도슨트북을 읽는 관객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최근 월정액 독서 애플리케이션(앱) 밀리의 서재와 협업해 뮤지컬 도슨트북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전시용이 아닌 공연용 도슨트북이 서비스된 건 처음이다. 관객들은 앱을 통해 관람 전 알아야 하는 배경지식을 10분 안팎이면 찾아볼 수 있다. 극 중 ‘마리 앙투아네트’ 역의 김소현과 ‘페르젠’ 배역의 손준호가 직접 녹음에 참여했다. 밀리의 서재 회원이라면 누구든 도슨트북을 이용할 수 있다.

12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월드투어 내한공연을 앞둔 클립서비스는 최근 카카오페이와 협업해 투자 상품을 내놨다. 총 모집금액은 20억 원으로 투자하면 6개월 뒤 ‘오페라의 유령’ 수익금을 돌려받는데 예상 수익을 10%(세전)로 내다보고 있다. 문화콘텐츠 투자 상품으로는 카카오페이 포트폴리오에 처음 올라왔다.

극장 안에서만 볼 수 있던 포토존은 이젠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12월 초연하는 뮤지컬 ‘빅 피쉬’의 제작사 CJ ENM은 서울 을지로, 광화문, 이태원에 ‘움직이는 포토존’ 마케팅을 들고나왔다. 박종환 CJ ENM 공연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일상에서 만나는 판타지’를 주제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카페, 식당의 한편에 포토존을 마련해 뮤지컬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웹툰과 공연의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하다. 국립발레단은 창작발레 ‘호이 랑’의 서울 공연을 앞두고 ‘약치기 그림’으로 유명한 양경수 웹툰 작가와 ‘인스타툰’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현아 국립발레단 홍보팀장은 “문턱이 높은 발레를 일반 관객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웹툰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시라노’를 각색해 만든 홍보용 웹드라마 ‘잘빠진 연애’의 한 장면(왼쪽), 김풍 웹툰 작가가 그린 뮤지컬 ‘스쿨 오브 락’. CJ ENM·EMK뮤지컬컴퍼니·클립서비스 제공

앞서 김풍 웹툰 작가도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홍보 웹툰을 제작했으며, ‘유미의 세포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동건 웹툰 작가도 뮤지컬 ‘시라노’를 앞두고 ‘시라노의 세포들’을 공개했다. CJ ENM은 업계 최초로 ‘시라노’의 뮤지컬 홍보용 웹드라마 ‘잘빠진 연애’를 제작해 선보인 바 있다.

3년 전부터 뮤지컬 티켓 등을 팔아온 홈쇼핑도 달라지고 있다. 쇼호스트가 설명을 늘어놓는 대신 소형 뮤지컬쇼나 야외 생방송으로 시청자를 불러 모으고 있다.

공연 마케팅의 진화는 공연시장 침체와 맞물려 전통 홍보수단에 한계를 느낀 제작·기획사의 고민이 녹아 있다. 또한 보는 사람만 계속 보는 ‘회전문’ 관객에게 의존하는 시장구조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새로운 관객 발굴이 공연계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공연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사전 완성자료가 상대적으로 적을뿐더러 가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해 전통적 마케팅을 선호해왔다. 단기 공연 위주인 국내 공연계가 외부 관객층을 끌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