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리더가 세계를 바꾼다]<上> 소통-공감으로 마음을 얻다
#1 “오해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3일 저녁 프랑스 남부 소도시 로데즈의 한 강당.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2)이 즉석에서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설득했다. 그는 유류세 인하, 불평등 해소 등을 주창하며 지난해 11월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 때부터 프랑스의 진로를 고민하는 소규모 토론회를 1년 가까이 지속해왔다. 최근 42가지에 달하는 복잡한 퇴직연금 체계를 간소화하는 연금개혁에 반발이 일자 직접 국민을 만나고 있다. 이런 대면(對面) 소통으로 이달 기준 그의 지지율은 연초보다 10%포인트가량 오른 37%로 반등했다.
#2 “우리 ‘팔굽혀펴기’부터 합시다.”
지난해 10월 10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총리 집무구역.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 수백 명이 몰려와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43)가 혼자 나섰다. 그는 “일단 팔굽혀펴기부터 10개씩 하자”고 권했다. 그는 “모두에게 높은 월급을 주면 나라 발전은 없을 것”이라며 웃으면서 함께 팔굽혀펴기를 했던 군인들을 다독였다. 이들은 순순히 물러났다.
○ 소통 요구에 귀를 연 내부 통합이 출발점
아비 총리의 최대 성과인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20년 전쟁 종식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그는 내부 통합부터 시도했다. 에티오피아는 종족, 종교 갈등이 심각하다. 인구 1억 명 중 주요 3개 종족인 오로모, 암하라, 티그라이족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 종교도 이슬람교, 기독교 등으로 나뉘어 있다. 오로모족 부친과 암하라족 모친 사이에서 태어나 두 언어를 모두 구사하는 그는 전임 정권의 정치범을 모두 석방했다. 이어 고문 금지, 수감시설 개선 등에도 나섰다. 인근 수단, 소말리아 등에서 온 100만 명의 난민에게도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 활동을 허용했다. 그러면서 해묵은 사회 갈등과 반목이 줄었다. 그는 이런 통합과 내부 지지를 바탕으로 에리트레아와의 20년 전쟁을 끝냈다. 201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의 저력이 어디에서 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열풍을 반영해 양성평등을 실천한 지도자도 등장했다. 2015년 11월 취임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48)는 첫 내각을 남녀 동수로 구성했다. 난민과 원주민 출신 장관도 입각시켰다. 지난해 6월 취임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47)는 아예 여성이 우위인 ‘아마조네스’ 내각을 출범시켰다.
2014년 권좌에 오른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44)는 11월부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도 활동한다. 상임의장은 매년 4회 이상 개최되는 EU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대외적으로 EU를 대표한다. 자국 내의 높은 인기를 유럽 전체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40대 리더는 소통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기성세대와 구분된다. 기존 주류 언론에 의존하던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활용에 익숙해 빠르고도 끊임없는 소통을 하고 있다.
○ 좌우 구분을 깨는 ‘통합 정책’에 집중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거대 담론보다 민생 중심의 정책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는 진보의 아이콘이지만 지난달 중산층 가정에 연평균 약 600달러의 세금을 감면하는 정책을 내놨다. 경제도 순항 중이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성장률이 캐나다 은행이 당초 6월 예상했던 2.3%를 웃도는 3.7%를 기록했다. 국민들은 대환영하고 있다.
기성정치의 좌우 구분 틀을 깨는 것도 특징이다. 6월 최연소 총리가 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42)는 지난 10년간 긴축재정으로 위축됐던 덴마크 복지를 되돌리겠다는 진보적 공약으로 총리가 됐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국민들 사이의 반이민 정서에 호응해 난민 대피소 폐지 같은 반이민 정책을 실시했다. 일각에서는 비판도 있었지만 기존 진보 진영과는 달리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행보로 호응을 받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