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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1.25%로 인하…‘D공포’에 역대 최저

입력 | 2019-10-16 09:50:0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News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2016년 6월~2017년 11월 유지됐던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금통위의 금리인하는 지난 7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무엇보다 사상 첫 두 달 연속 마이너스 물가 충격으로 엄습한 ‘D(Depression,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를 떨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활력을 잃은 경제 탓에 오는 11월 유력시되는 올해 경제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차원이기도 하다. 한은 금통위가 경기부양에 나선 것이다.

◇‘물가 높여라’ 3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p(포인트)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7월 1.75%에서 1.50%로 내린 후 3개월 만이다. 그 사이 열린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조동철, 신인석 금통위원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금통위는 지난 7월 2016년 6월(1.50%→1.25%) 이후 3년1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리며 인하 사이클에 들어섰다.

금통위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의 예상과 부합한다. <뉴스1>이 국내 증권사 소속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원이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56개 기관)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채권전문가 65%가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연 1.25%로 내린 것은 ‘물가안정’이라는 한은 통화정책 본연의 목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의 중기물가목표는 연 2.0%다. 그렇지만 9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4% 떨어졌다. 공식적인 마이너스 소비자물가는 통계편제(1965년) 이후 처음이다. 0%로 발표됐던 지난 8월도 1년 전 같은 달보다 0.038% 하락한 것이어서 사실상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은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한일 갈등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데 더해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자 ‘D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한은은 낮은 물가만 보고 디플레이션 징후라고 해석해선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D공포’를 사그라들게 할 카드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경기부양’에 초점 둔 통화정책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오는 11월29일 발표될 것이 유력한 올해 경제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지난 9월27일 한은 기자단 워크숍에서 “하방리스크가 커져 올해 경제성장률 2.2% 달성이 녹록지 않다”며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금통위는 ‘경기 부양’에 초점을 둔 통화정책을 선언한 바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월 2.9%에서 같은 해 7월(2.8%), 10월(2.7%)에 이어 올해 1월(2.6%), 4월(2.5%), 7월(2.2%) 등 5차례 걸쳐 0.7%p나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 더해 경제성장률이 또 하향된다는 것은 수출 및 투자 부진 장기화로 경기 하강 속도가 한은의 예상보다 빠르다는 의미다. 이러한 탓에 일각에서는 올해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놓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지난 7월 한은은 올해(2.2%)보다 내년(2.5%) 경기가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내년 1%대 성장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7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1.8%와 1.7%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지난 9월 각각 1.8%, 1.6%, LG경제연구원도 같은 달 각각 2.0%, 1.8%로 내년 경기가 더욱 어두울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스몰딜’에 도달했지만 불확실성이 확실히 걷히지 않았고, 수출과 반도체 경기 반등 시기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또 실물경제가 살아난다 해도 지표로 감지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예상보다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이 1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경제성장률도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7월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기준금리를 두차례 인하한 것도 금리인하 부담을 덜어줬다. 우리만 기준금리를 낮춰 한미 기준금리 역전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 7월31일 기준금리를 0.25%p 내린 후 9월18일에도 같은 폭으로 추가 인하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1.75~2.0%로 낮아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