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한반도 통일]〈1〉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정치학 박사)
그래서 이래저래 분단된 대한민국에서 북한을 생각한다는 것은 즐겁지 않습니다. 정치권에서는 3대 난제가 있다고 합니다. 국가적으로 가장 많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 해결이 절실하지만 해법이 쉽지 않은 이슈로 교육, 부동산 그리고 북한 문제입니다. 누구나 한마디씩 할 수 있는 이슈, 그렇지만 누구도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북한 문제인거죠.
그런데 북한 문제를 생각할 때, 한 가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되고 있는 과학기술의 힘과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 과학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기도 하지만, 미래를 새롭게 구상할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겠죠. 이 지점에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4차산업 혁명은 미래를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없을 지경까지의 변화로 몰고 갈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얘기하는 ‘특이점(singularity)’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 특이점, 두개를 마주해야 할 운명입니다. 그 하나는 과학기술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다가오는 특이점이라면, 다른 하나는 한반도 통일이라는 거대한 변화와 동반된 특이점일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4차산업혁명을 얘기할 때, 사람 관계의 변화, 삶의 양식의 변화, 사회 경제적 변화, 국가 관계의 변화를 얘기하지만, 정작 한반도 통일이라는 미래의 시점과 그 미래 시점에 활용될 보편화되고 강화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동시에 고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미래학 저서들을 보게 되면, 한반도의 미래를 따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주로 인문학적 관점에서 남북관계 전망이나 한반도 통일의 가능성을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통일을 연구하는 정치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 법학자는 있지만, 과학 기술자는 더물기 때문에 통섭적(consilient) 논의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북한 문제, 나아가 한반도 통일이라는 문제를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는 새로운 도구로 풀어보아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안보적 문제는 이미 축적된 연구성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는 과학기술이라는 도구를 덧입혀 보는 작업을 시도해 보아야 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생각과 다른 신선한 북한 문제 해법과 미래상을 얘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나의 특이점도 감당하기 힘든데, 우리는 또 다른 특이점인 한반도 통일을 동시에 준비해야 합니다. 미래학자들은 말합니다. 미래는 하나의 미래가 아니라고 합니다. 가능성 높은 미래(thinkable future)가 있는가 하면, 우리가 미리 준비하고 바꾸어 나갈 수 있는 바람직한 미래(desirable future)도 있답니다.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미래인 겁니다. 두개의 특이점을 준비하는 우리는 갑절로 바람직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