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강제징용·남북관계 등 지금 나라를 어지럽히는 문제들은 대통령의 私人때 경험과 깊은 관련 국정 私事化·국가 사유화 반복되는가… 대통령권력도 국민 위해 존재해야
김순덕 대기자
관련 법률은 동의대 사건을 ‘1989년 5월 3일 부산 동의대에 감금된 전투경찰순경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농성학생들의 화염병 투척으로 경찰관 및 전투경찰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한 사건’으로 규정한다. 발단은 입시부정이었다. “부정행위를 부탁받았다”는 김창호 교수의 폭로에 학생들이 점거 농성에 들어갔고, 이 와중에 경찰들이 희생된 것이다.
문 대통령도 2011년에 쓴 책 ‘운명’에서 이 사건을 잊혀지지 않는 대표적 사건으로 꼽았다. 문제는 왜 학생들이 농성을 시작했는지, 입시부정 얘기는 쏙 빼놨다는 데 있다. 자신이 김 교수의 해임무효 소송 변호를 맡은 사실도 언급하지 않았다. ‘참여사무관’으로 재판을 함께했다는 김성수 법무사가 최근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해 드러났을 뿐이다.
더구나 변호사는 어느 쪽을 변호하느냐에 따라 같은 일도 정반대 해석이 가능한 직업이다. “가해학생 46명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됐다고 해서 순직경찰관에게 모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운명’에 썼지만 모욕당했다고 보는 사람에게는 필자의 판단력을 의심케 한다. 사인(私人) 시절의 변호사 체질 탓인지, 볼셰비키 혁명 하듯 직업으로서의 혁명을 추진하던 운동권 전위부대에 택군(擇君)을 당해서인지, 자기 주변은 무조건 옳다는 대통령은 섬뜩하다.
막스 베버는 성공한 지도자의 핵심적 성격으로 정열, 책임감, 판단력을 꼽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최근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안들은 대개 대통령이 사인 때의 정열과 책임감과 판단력을 국정에, 심지어 국제관계에까지 확대해 문제가 커진 것들이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직을 사퇴한 14일 대통령은 인사 검증을 제대로 못한 자신의 책임은 쏙 빼놓은 채 검찰 개혁과 언론의 역할을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내용이 검찰 개혁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동의대 사건부터 이어진 검찰에 대한 사감(私感)과 퇴임 후 대비용이 아니라면 왜 지금 검찰 개혁이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가 돼야 하는지 대통령의 판단력을 이해하기 어렵다.
한일 관계는 물론이고 한미 관계까지 뒤흔드는 일제 강제징용 배상 소송도 문 대통령이 2000년 원고 측 대리인으로 소송위임장을 냈던 사건이다. 판문점 정상회담 때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은 작년 9월 백두산 트레킹 소원을 이뤄 기쁠 것이다. 그러나 ‘남쪽 대통령’이 ‘백두혈통’ 김정은 체제의 당위성을 선전해주는 효과까지 안겨주고 말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여주듯, 대통령직의 ‘개인화 경향’은 세계적 흐름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국정운영 체제의 조직화와 제도화가 탄탄하고, 트럼프 정부 내 레지스탕스를 자처하는 ‘어른’과 내부 고발자들이 있어 우리처럼 대통령 한 사람이 국가의 방향을 바꿔놓진 못한다.
어제 문 대통령은 “모든 권력기관은 조직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또 한 번 검찰을 겨냥했다. 대통령이 국민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국가를 운영하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없다. “청와대를 포함한 모든 권력기관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연설해야 한다고, 누구 하나 말하지 못하는 청와대가 안타깝다.
김순덕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