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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공동유치로 北개방” “北 변심땐 어떻게”

입력 | 2019-10-17 03:00:00

서울시 주최 통일 토론회, 시민 739명 열띤 공방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열린 ‘서울시민이 만들어가는 평화·통일 사회적 대화’에서 참가자들이 통일, 남북한 올림픽 공동 개최 등과 관련해서 토론하고 있다. 4차례 열린 이 토론회에는 739명이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서울시 제공

정부와 서울시가 2032년 여름올림픽 남북한 공동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올림픽 공동 개최는 한반도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까, 아니면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아닐까.

서울시는 지난달 네 차례에 걸쳐 올림픽 공동 개최, 한반도 평화·통일 체제, 대북 지원 등 민감한 남북한 문제를 주제로 시민토론회인 ‘서울시민이 만들어가는 평화·통일 사회적 대화’를 열었다. 무작위로 추출한 시민을 대상으로 토론회 참여 의향을 물었고 모두 739명이 모였다. 사전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가자의 37.3%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 39.5%는 중도, 23.1%는 보수라고 답했다.

‘2032년 여름올림픽 공동 유치’에 대해선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렸다. 한 30대 여성은 “올림픽 효과가 일시적이라 통일에 도움이 되는 것은 미미할 것 같다”며 “다만 올림픽을 통해 다른 나라처럼 자연스럽게 북한을 방문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른 20대 남성은 “올림픽을 단독 개최할 때보다 예산 등에서 효율적인지 검토해야 한다. 또 북한이 올림픽 공동 주최를 받아들였다가 추후 변심한다면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올림픽을 개최한 뒤 경기장 활용 방안에 대해 우려했다.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과 2016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제기된 여러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40대 남성은 “올림픽을 개최하려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경기장을 짓겠지만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예산 문제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토론회 전후 참가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수치로 조사했다. ‘올림픽 공동 개최가 남북한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토론회 개최 이전 6.47점(10점 만점)에서 7점으로 올랐다. 반면 사후 경기장 활용 등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비율도 토론회 개최 이전 61.2%에서 이후 64.8%로 증가했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미래상’과 관련된 토론회에선 ‘체제 통합’과 ‘두 체제 공존’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한 50대 남성은 “빨리 하나의 체제로 통합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끼치려고 하는데 통일이 늦어진다면 통일을 해도 빈껍데기만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50대 여성은 “70년 동안 체제와 이념이 다른 상태로 따로 떨어져 살다 보니 하나의 체제로 합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나왔다. 20대 남성은 “하나이거나 2개의 체제를 구성하더라도 우리가 북한 체제를 존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도 자유시장경제의 통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대북 지원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정치·군사적인 상황을 고려해 북한을 지원해야 할지, 아니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을 대해야 할지를 놓고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다. 한 50대 여성은 “한국이 저출산, 고령사회인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통일이 필요하다. 대북 지원은 경제를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보고 조건 없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40대 남성은 “대북 지원 물품 등을 김정은 정권에 맡기는 것은 안 된다. 직접 주민들에게 관련 지원이 전달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반박했다.

이 토론회는 통일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크게 높였다. ‘통일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참가자 비율은 토론회 이전 84.3%에서 이후 93.1%로 상승했다. 특히 20대 참가자의 관심이 크게 늘었는데 관심 비율이 토론회 전후 64.0%에서 85.1%로 올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하는 것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미래 지향적이고 성숙한 토론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