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드모던 ‘백남준’ 전 17일 개막 한국 출신 작가로 첫 대규모 회고전… 초기 대표작 등 12개 섹션 나눠 전시 존 케이지 등 협업작가도 함께 소개… 화제작 ‘시스틴 채플’ 재현 1년 소요
백남준이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독일관 작가로 참가해 선보인 ‘시스틴 채플’을 26년 만에 영국 런던에서 재현했다. 미켈란젤로의 벽화가 그려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Tate(Andrew Dunkley)·Courtesy of the Estate of Nam June Paik
○ ‘국제인’ 백남준의 연대기
이번 전시는 테이트모던에서 주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는 ‘에얄 오퍼 갤러리’에서 열린다. 넓은 전시장은 총 12개의 섹션으로 나눠졌다. 섹션은 순서대로 ‘소개’, ‘TV정원’, ‘Exposition of Music-Electronic Television’(백남준 첫 개인전), ‘실험’, ‘존 케이지와 머스 커닝햄’, ‘자아성찰’, ‘전파(Transmission)’, ‘플럭서스(fluxus·백남준이 참여한 전위예술운동)’, ‘샬럿 무어먼’, ‘요제프 보이스’, ‘촛불 하나’, ‘시스틴 채플’로 나뉘어졌다. 처음 세 방은 백남준의 대표작과 초기 활동을 짚었다면, 중간부터는 연대기와 상관없이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특히 존 케이지, 샬럿 무어먼, 요제프 보이스 등 백남준이 협업한 작가들도 비중 있게 다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숙경 큐레이터는 협업에 집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백남준은 한국인으로 태어나 일본으로 망명하고, 그 뒤에는 독일로 유학을 갔으며 미국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항상 네 국가의 미술계와 밀접한 연계를 갖고 활동했다. 예술가로서 아시아와 유럽, 미주를 연결한 셈이다. 백남준은 국경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예술로 보여줬다.”
백남준의 ‘TV첼로’(1971년). ⓒTate(Andrew Dunkley)
이 큐레이터는 “아주 어렵게 빌려온 작품”으로 ‘로봇-K456’(1964년)을 꼽았다. 백남준이 최초로 만든 로봇 형태의 작품이다. 후기에는 영상을 보여주는 로봇 형태의 작품이 많았는데, 이 작품은 백남준의 ‘대리인’처럼 조종하면 움직이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1961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했던 유명한 퍼포먼스 ‘머리를 위한 명상(Zen for Head)’의 결과물도 전시한다. 플럭서스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백남준은 자신의 손과 머리카락에 물감을 묻히고, 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작품은 그 퍼포먼스의 흔적을 담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재현 과정에만 1년이 걸린 ‘시스틴 채플’(1993년)이다. 그해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작가로 참가해 선보이고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은 34대의 프로젝터로 벽면과 천장에 영상을 투사한다. 영상 속에는 존 케이지, 데이비드 보위, 재니스 조플린이 등장한다.
베니스에서 함께 전시했던 ‘몽골리안 텐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몽골족이 사용하는 텐트를 구매해 그 속에 TV부처와 자신의 얼굴을 본뜬 브론즈 가면을 놓아둔 설치 작품이다. 한민족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연결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 큐레이터는 “국가주의가 세계 곳곳에 등장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기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자 했던 백남준의 철학이 중요한 접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