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경찰청에 대한 두 번째 압수수색을 단행한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2019.10.15/뉴스1 © News1
경찰 내부를 흔들었던 ‘버닝썬 사태’ 후폭풍이 다시 일고 있다. 당시 승리(본명 이승현·29)의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윤모 총경(49)이 구속됐고, 경찰청 본청은 지난 15일에 이어 16일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경찰청장이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며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청장 “명운 걸겠다”…직권남용만 적용 경찰수사 뒤집혀
지난 3월 민갑룡 경찰청장은 “명운을 걸고 수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명 ‘버닝썬 사태’에 대한 수사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었다. 이 다짐과 함께 수사인력 150여명을 투입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도 윤 총경이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의 사업파트너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에게 경찰의 단속 정보를 미리 알려줬다는 혐의만 밝혀내고 검찰에 넘겼다. 또 승리 일행과 윤 총경이 수차례 골프와 식사를 한 사실을 확인까지 했지만 친분을 쌓는 과정이라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윤 총경의 구속 이후에도 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15일, 16일 연이틀 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윤 총경이 ‘킥스(KICS·형사법 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정 전 대표의 수사기록을 열람했는지 등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6일 검찰은 2017년 가수 빅뱅의 콘서트가 열렸던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윤 총경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뇌물죄 적용 가능 여부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수사 당시에 접대 금액이 형사처벌 기준인 1년에 300만원을 넘지 않았다며 최종적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었다.
◇비판 일자 뒤늦은 보강수사…내부에선 “또 수사력 한계…뼈아프다”
민 청장은 윤 총경 구속으로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되자 “경찰과 검찰의 수사 영역이 다르다”며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버닝썬과 관련해 여러 장소를 압수수색했지만, 윤 총경 자택이나 사무실 등은 제외됐었다. 당시 뇌물을 준 업체 대표도 조사했지만 유착 의혹은 추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강제수사가 이어지자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조정을 앞두고 결정적인 부실수사의 오점을 남겼다는 자책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관내 한 경찰서 과장(경정)은 “최초 수사에서 윤 총경 관련 압수수색 때 주식거래 등을 인지했지만 수사하지 않았다면 부정 수사이고, 이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면 우리 스스로의 (수사)실력을 처절하게 반성해야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일선서 과장급 관계자도 “정권과 접점이 있던 고위 간부가 연루됐던 사건이라 더 엄중한 수사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는데 안타깝다”며 “입버릇처럼 조직의 명문을 건다는 수뇌부의 말도 이제는 더욱 신중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