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철군 비난 결의안 통과후 트럼프 찾아가자 폭언… 자리 떠, 펠로시-트럼프 서로 “멘털 붕괴” 트럼프 “우리와 상관없는 싸움… 쿠르드족은 천사가 아니다”
백악관 ‘살풍경’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시리아 철군 관련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삿대질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을 ‘3류 정치인’이라고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회의 사진을 공개하며 ‘신경쇠약 낸시의 불안정한 멘털 붕괴(meltdown)!’라고 썼다. 앞서 펠로시 의장이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심각한 ‘멘털 붕괴’”라고 표현한 것을 맞받아친 것이다. 사진 출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 내 쿠르드족 공격에 대해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싸움”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내 미군 철군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논의하기 위해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과 만났지만 두 사람은 비난만 주고받은 채 회담은 결렬됐다.
○ 쿠르드족과 분명한 거리 두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와 터키는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땅에서 서로 싸우고 있다”며 “쿠르드족은 천사가 아니다”라는 말도 반복했다. 그는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경우 이슬람국가(IS)보다 더 과격하고 테러 위협이 크다는 주장도 내놨다. 미국이 앞서 대(對)터키 경제 제재안을 발표하며 터키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듯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인 터키를 의식해 쿠르드족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민주당의 펠로시 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양당 지도부와 이번 사태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에게 “3류 정치인”이라고 막말을 퍼부었고 이에 민주당 지도부가 자리를 떠났다.
○ 긴장감 감도는 만비즈
시리아 정부군과 터키군이 집결 중인 전략 요충지 만비즈에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의 영향력이 자국에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리아는 터키군의 추가 진격을 차단하기 위해 만비즈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확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만비즈 인근에 군대를 파견해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 사이에서 순찰 활동을 펼치며 양국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가 러시아를 끌어들인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도 늘고 있다. 16일 터키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평화의 샘’(터키군의 공격 작전명) 작전으로 (쿠르드족) 637명을 무력화(사살, 생포, 항복 등)했다”고 밝혔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터키군 작전 이후 어린이 21명을 포함해 71명이 사망했고, 피란민은 3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ISIL(이슬람국가·IS의 옛 이름)을 포함해 유엔이 지정한 테러리스트 단체들이 분산될 위험과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되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터키의 군사작전에 대한 비판이 없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