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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못구해 곳곳 공석… 풀뿌리 행정 차질 우려

입력 | 2019-10-18 03:00:00

경기지역 시군, 구인난 이어져… 복지 등 업무 늘었지만 처우 열악
일부 市는 100곳 넘게 빈자리… 정부 “내년부터 月수당 30만원”




“통장의 임기 제한을 사실상 없애고 후임자가 없을 때 전임 통장을 1년 단위로 재위촉하겠다.”(경기 성남시)

“3회 이상 모집해도 지원자가 없다면 전임 통장을 한 차례 더 위촉할 수 있다.”(경기 안양시)

경기 일부 시군들이 극심한 ‘통장 구인난’을 겪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 심사까지 거쳐 유능한 인사를 골라 통장으로 위촉했던 시절은 옛말이 된 셈이다. 통장은 주민등록 사실 조사, 민방위통지서 전달, 정책 홍보 등 주민과 행정기관의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17일 성남시에 따르면 전체 1347통에서 통장이 공석인 곳은 10.5%(141통)다. 원룸과 다세대 밀집지역인 수정구 신흥1동은 올 8월부터 8통 통장을 뽑으려고 3차례나 공고를 냈지만 아직 지원자가 없다. 신흥1동 관계자는 “모집 공고 현수막을 걸고 웹사이트에도 관련 내용을 띄웠지만 지원자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안산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단원구 와동은 5차례나 ‘63통 통장 공개모집 공고’를 낸 뒤 겨우 적임자를 찾았다. 와동에는 아파트가 없다. 1인 가구와 전출입 비율도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높은 편이다. 인구가 많고 상대적으로 장기 거주자가 적어 지역 커뮤니티 형성이 어렵다. 안산시에 따르면 전체 1210통 가운데 1147통만 통장을 확보했다. 임종현 안산시 월피동장은 “일부 지역에서는 통장 구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라며 “요즘엔 통장들이 위기 가정을 발굴하고 복지도우미 역할까지 맡아 공석이 길어지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장 모집이 쉽지 않은 이유는 업무량은 많은 반면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원룸, 다세대주택 등 인구가 밀집되고 전출입이 잦은 곳은 업무량이 많아 통장이 공석일 때가 많다. 백현주 성남시 야탑1동 통장회장은 “야탑1동 29명의 통장 가운데 3명이 공석이다. 과거 통장 업무를 사회봉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업무량이 늘면서 적임자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장은 관련 조례에 따라 매월 수당 20만 원과 설과 추석에 각각 상여금으로 20만 원을 받는다. 이와 별도로 회의수당과 고교생 자녀 장학금, 상해보험 가입 등의 혜택을 준다. 지자체 조례와 규칙에 따라 위촉된 통장은 업무 등과 관련해 책임, 권한 등 지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통장 임기를 완화하고 처우를 개선하며 관련 조례까지 고치고 있다. 성남시는 올 8월 통장 후임자가 없으면 임기 만료일부터 1년 단위로 전임자를 재위촉하는 내용의 ‘성남시 통·반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최대 6년이었던 통장의 임기를 2014년 말 7년으로 늘렸지만 통장 구인난이 해소되지 않자 아예 통장의 임기 제한을 사실상 없애기로 한 것이다.

정부도 내년부터 통장의 기본수당과 상여금을 각각 3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2004년 기본수당을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인상한 뒤 15년 만에 올리는 것이다. 행정 전문가들은 지방분권 시대에 맞게 통반장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희권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가구 수가 변하고 지방자치가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중앙집권적인 성향의 획일적인 시스템보다는 지역 특성에 맞게 통장의 기능을 보완하거나 지역별로 차별화된 제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