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회장 3년 재판 마무리… “강요 피해자 아니다” 유죄 판단 업무상 횡령혐의는 무죄… 신격호 명예회장 징역3년 확정 롯데 “국가 기여로 신뢰회복 노력”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신 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자임과 동시에 강요의 피해자”라고 판단한 항소심과 달리 “강요의 피해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올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수감 중)의 상고심에서 신 회장에 대해 “대통령의 요구에 편승해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 직무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70억 원이 강요의 산물이 아닌 자발적 뇌물이라는 것이다. 17일 대법원도 이 법리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뇌물로 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항소심은 뇌물죄를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의사 결정이 다소 제한된 상태에서 죄를 엄히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신 회장을 석방하고, 추징금도 면해줬다.
대법원은 신 회장의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롯데시네마가 직영하던 영화관 매점을 가족 회사 등에 임대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만 유죄로 인정됐고, 신 회장이 일가에게 공짜 급여를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은 이날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로 신 회장과 함께 기소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96)에게 항소심 판결과 같이 징역 3년과 벌금 30억 원을 확정했다. 실형 확정 판결로 신 명예회장은 수감돼야 하지만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불구속 재판을 받았던 만큼 또다시 검찰에 형 집행정지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법원 최종 판결로 2015년 총수 일가 경영권 분쟁과 이듬해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본격화된 롯데 경영비리 사건이 일단락됐다. 또 뇌물로 얽힌 국정농단 연루 혐의도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16년 6월 거액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고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 등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섰다. 4개월 뒤 검찰은 롯데 총수 일가에 508억 원의 ‘공짜 급여’를 지급하고 일감을 몰아줘 그룹에 774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신 회장을 기소했다. 이후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이어지면서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뇌물로 준 혐의까지 추가돼 재판이 진행돼 왔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동혁·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