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첫 재판서 은시장 비판 “시장직 유지와 직결된 중요 요소… 다음 기일까지 입장 정리해달라”
“차량과 기사를 제공받으면서도 자원봉사라는 말을 믿었다는 것은 재판부 생각에 너무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다. 100만 인구를 책임지는 시장의 윤리의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수원고법 형사1부 노경필 부장판사는 17일 은수미 경기 성남시장(55)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은 시장은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로부터 운전사와 차량을 무상으로 지원받은 혐의로 1심에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은 시장과 검찰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재판부는 ‘자원봉사로 알았다’ ‘정치활동인 줄은 몰랐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미풍양속이다’ 등의 은 시장 측이 주장한 내용을 나열했다. 노 부장 판사는 “보통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주장되는 내용이라 크게 의미 없는데, 이 사건은 양형에 따라 피고인의 시장직 유지와 직결돼 보통 사건과는 좀 다르다”고 말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은 시장의 답변이 2심 양형 판단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다음 기일까지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 부장판사는 “다만 피고인에게 불리한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은 시장 측 변호인은 “다음 기일에 검사 항소 이유에 대한 답변서와 항소 이유 관련 입증 계획을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굳은 표정으로 10여 분간 재판부의 말을 경청한 은 시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법정을 나섰다. 재판을 방청하던 일부 지지자들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검찰은 은 시장에 대한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취지로 국민신문고에 올린 글을 재판부에 양형 자료로 제출했다. 항소심 2차 공판은 다음 달 28일 열린다.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