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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애초 중계의사 없었던듯… 南방송사 끌려다닌 셈

입력 | 2019-10-18 03:00:00

[평양 남북축구 파문]北 “중계 취소돼도 돈 반환 안해”
중계권료 협상 배짱… 결국 결렬, 野 “KBS, 계약금 3억 떼일 상황”




KBS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평양 남북전’ 녹화중계를 17일 오후 5시에 예비 편성했다. 하지만 17일 오전 이를 취소하고 정규 방송으로 되돌렸다. KBS는 북한이 제공한 DVD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화질이 떨어져 방송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중계 불발의 ‘진짜 문제’는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와 북한의 체제 선전, 유엔의 대북제재 등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먼저 중계방송 협상이 타결됐더라도 실제 중계료가 북한에 지급되고 방송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액의 중계권료를 북한에 지급하는 것 자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2094호)의 ‘벌크 캐시(bulk cash·대량 현금)’ 이전 금지 조항 위반이 될 수 있다.

북한 역시 처음부터 중계방송을 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계속해서 ‘강한 국가’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며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기는 모습만을 대내외에 공개하고 질 가능성이 높은 경기는 끝까지 감추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남한에 대한 불만이 쌓여 온 북한이 이번 경기를 통해 남한에 불만을 표출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북한에 남한 지상파가 끌려 다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파 3사는 일본 총련계 에이전트사와 함께 중계를 허용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북한을 설득했다.

하지만 북한은 고액의 중계권료를 무리하게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중계가 취소되더라도 중계권료를 돌려줄 수 없다고 배짱을 부렸고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한편 양승동 KBS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계약금 3억 원 정도를 떼일 상황’이라는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의 질타에 “계약금 반환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원주 takeoff@donga.com·정윤철·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