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리자마자 예금금리 조정
○ 예금금리는 빨리 낮추면서, 대출금리는 찔끔
한은이 7월 금리를 낮추기 전인 올 상반기부터 국내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이미 슬금슬금 낮아지고 있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자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1∼0.2%포인트씩 낮춘 것이다.
은행들은 “당시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대출금리가 떨어져 예금금리도 선제적으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과 달리 예금금리를 대출금리와 비교해보면 더 빨리, 더 많이 내렸음을 알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말 3.61%에서 올해 5월 3.49%로 0.12%포인트 떨어졌다. 이 기간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17%에서 1.97%로 0.20%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의 평균 대출금리와 저축성수신금리의 차이를 뜻하는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도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기 전인 지난해 12월 1.67%포인트에서 1.76%포인트로 0.09%포인트 더 벌어졌다. 금리 조정기에 은행들이 더 많은 이자수익을 챙겨갔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이자수익은 2015년 33조5000억 원에서 2018년 40조5000억 원으로 늘었다.
○ 1% 안팎 초저금리 예금 현실화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대출금리 대신에 자의적으로 손댈 여지가 큰 예금금리를 활용해 이자장사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예금금리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공개해 소비자가 수긍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당장 시중은행들은 16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현재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은 각각 연 1.27%, 국민은행 1.23%의 이자(세후)를 제공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되면 가뜩이나 낮은 예금금리는 1% 안팎으로 주저앉게 될 공산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은행들이 속속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