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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서한 ‘쓰레기통에’…에르도안, 불편한 심기로 합의?

입력 | 2019-10-18 08:2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보같이 굴지 마라”며 보낸 서한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쓰레기통에 던지며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미국과 터키 정부는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일시 중지하는 데 합의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미국과 터키 양국 대표단이 4시간 회의한 결과, 쿠르드민병대(YPG)의 중무기를 압수하고 이들이 국경 인근 안전지대를 떠날 때까지 ‘평화의 샘’ 작전을 닷새 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전은 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던 에르도안 대통령으로서는 원하는 것을 얻은 셈이다. 터키 정부는 YPG를 터키 내 분리주의 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와 연계된 테러 조직으로 본다.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 접경지역에 ‘안전지대’를 만들어 YPG를 소탕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앞서 터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작전 중단을 촉구하며 보낸 서한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서한의) 조정 제안을 거절하고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서한에 대한 가장 명확한 대답은 10월9일 오후 4시에 주어진 답장이다. 그것은 바로 ‘평화의 샘’ 작전을 시작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터키는 실제로 당일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자치지역 침공을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제재는) 걱정하지 않는다”며 공격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보낸 이 서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당신은 수천명을 학살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테고, 나는 터키의 경제를 파괴했다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당신이 이 일을 옳고 인도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면 역사는 당신을 우호적으로 보게 될 것이다. 좋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역사는 당신을 영원히 악마로 볼 것”이라며 “무법자가 되지 마라. 바보같이 굴지 마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이 서한이 공개되자 이미 몇몇 민주당 의원들과 전직 미 정부 관계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가 격식과 품위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모욕 주고 ‘역사가 당신을 호의적으로 볼 것’이라는 상투적인 말로 협상하려 든다”며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이 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도 이 서한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런 표현은 국가 정상 간 친서에서 흔히 볼 수 없다”며 “대단히 이례적인 친서”라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일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고 조심하는 편이지만 이번 서한 언급은 터키 편에 서서 미국의 영향력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미국의 공백을 이용해 시리아에 병력을 파견하고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터키는 미국과 휴전에는 합의했지만 시리아 북부 요충지 만비즈나 다른 지역들을 러시아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