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0.15/뉴스1
조 전 장관 사태를 겪으며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여론의 눈높이가 높아진데다, 이 때문에 한층 더 ‘까다로워진 검증’을 부담스러워 하는 후보자들의 고사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전 장관 후임 인선에 대해 “청와대에서 물론 고민은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출신이다, 인선시기는 언제라는 것에 대해 지금 언론에 의미있게 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다.
취임 35일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10.14/뉴스1 © News1
청와대는 또 조 전 장관 사태로 한동안 들썩였던 법무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으면서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만한 도덕성 및 인성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계와 법조계에서 지금까지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비롯해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전해철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봉욱 전 대검 차장, 백승헌 전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다.
이중 김오수 차관은 후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장관 직무를 대행하는 가운데 현 차관이라는 점에서 안정적 조직운영이 가능하다는 점, 검찰 출신으로서 검찰조직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검찰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맡기는 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초대 법무부장관인 박상기 전 장관에 이어 조 전 장관까지 비(非)검찰 출신을 발탁했다.
이런 이유로 법률가이면서도 청문회 통과가 상대적으로 보장되는 정치인 출신이 유력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전 의원은 이날(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국회에 있기로 했다”며 “당에서 하는 역할도 있고 그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마평에 선을 그었다. 박영선 장관 측 또한 현재 맡고 있는 일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 측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박 장관의 법무부장관 후임자 가능성에 대해 “금시초문으로 말도 안된다”고 했다.
하태훈 교수는 현재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내고 있고 각종 검찰·사법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이력으로 하마평에 올라있다.
한편 한인섭 교수는 앞서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 임명 여부를 두고 고심이 극심했을 당시, 청와대가 조 전 장관을 대체할 인사로 검토했다는 설이 돌았던 인물이다.
다만 한 교수는 이번 ‘조국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조 전 장관 딸이 고교시절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활동을 한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이 한 교수였다.
김외숙 수석은 문 대통령과 법무법인 부산에서 함께 근무하는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인데다, 노동인권변호사 출신으로 현 정부 초대 법제처장에도 재직했던 이력 등으로 후보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에 이은 ‘셀프검증’, ‘돌려막기 인사’라는 야당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준비를 위해 청와대·정부인사들의 사의표명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과 함께 ‘중폭개각’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임명돼 원년멤버로 불리는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총선출마에 뜻을 둔 것으로 알려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개각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10.15/뉴스1 © News1
15일 총리실 측이 부인하긴 했지만 이 국무총리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있는 일왕 즉위식 참석 후 총리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보도 또한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총리는 이달 말이면 재임기간 2년5개월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다. 여권 안팎에선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거나 서울 종로와 같이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으로 출마해 승리로써 당의 발전에 기여하고 동시에 당내 세(勢)를 키워 다음 대선을 바라볼 것이란 관측이 있다.
특히 11월9일이 문 대통령 5년 임기의 반환점인 만큼 문 대통령이 이때를 전후한 인사단행을 통해 국민들에게 개혁적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유은혜 부총리와 김현미 장관은 앞서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도 거론돼 왔던 만큼 청와대 개편 또한 개각과 맞물려 진행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청와대 분위기는 이런 전망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 사퇴에 따른 정국 안정화가 필요한 만큼 오히려 이 총리를 비롯한 청와대·정부인사 개편의 시기나 규모가 보수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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