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파견 당시 내부 정보 유출 판사 "필요한 일이지만 꺼림칙했다" 진술 "소통 창구 양성화 필요하다 생각해"
헌법재판소 파견 당시 헌재 내부 정보를 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현직 판사가 자신의 위치가 “애매했다”며 “헌법재판관들도 ‘법원 스파이’라고 놀리기도 했다”고 법정에서 털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3명에 대한 37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최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헌재에서 파견 근무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최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온 것은 지난 5월29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이어 두번째다.
최 부장판사는 헌재 파견 당시 자신에 대해 “애매한 상황 속에 놓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관들도 저를 ‘법원 스파이’라고 많이 놀리긴 했다”며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참 애매한 상황이었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비롯해 법원행정처에서) 자료를 달라고 하셔서 드리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필요한 것을 보냈는데 보내지 말라는 말씀도 없으셔서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한정위헌 기속력이 쟁점이 된 제주대 교수 사건을 담당하는 선임연구관 작성 보고서를 이 전 위원에게 전달한 경위에 대해서는 다소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철저한 보안사항이더라도 헌재 관계자가 자신한테 보여주면 법원에 알리라는 뜻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최 부장판사는 검찰이 헌재 내부에서도 내용이 민감해 복사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추궁하자 “그런 말씀이 있으셨는데도 (선임연구관이) 저한테 보라고 주셨다”고 말했다.
최 부장판사는 재판관들의 동향을 파악해 전달한 것에 대해 “(재판관들이) 워낙 중요한 이야기를 막 해주시니까 듣고 가만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랬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그런 권한을 부여받은 건 아니지 않냐’는 검찰 질문에 “소통 업무를 하러 갔으니까 (그랬다)”고 답변했다.
헌재가 그걸 용인했다는 건지 재차 캐묻자 “박한철 전 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말씀은 오히려 전달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았다”며 “소장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으니 법원에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걸 원하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과 문모 전 사법정책심의관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보안을 강조한 이유는 “아무래도 (유출 사실이) 알려지는 게 좋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다.
‘이 전 위원에게 헌재 정보를 제공하면서 강요당해서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한다고 생각했냐’는 취지의 변호인 질문을 받자,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보고했지만 대개 꺼림칙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파견법관이 아니라 양 기관 사이에 필요한 자료를 정식으로 요청하면 되지 않냐는 검찰 질문에 “양성화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 같다”며 “소통 창구를 만들고 요청하고 받고 그런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