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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쿠르드족, 휴전 하루만에 또 교전…어린이에게 백린탄 공격

입력 | 2019-10-18 22:17:00


시리아 북부에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터키와 쿠르드족이 17일부터 약 5일간 일시 휴전에 돌입했다.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터키를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5시간 동안 회담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쿠르드 민병대(YPG)가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터키군이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YPG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과 이미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마즐룸 코바니 압디 SDF 사령관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군사작전 중단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고맙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썼다. 그는 이날 텍사스주 대선 유세에서도 “그들(터키와 쿠르드족)이 운동장의 두 아이처럼 싸우도록 했다가 다시 갈라놓아야 했다”고도 했다. 자신이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을 허용해 양측이 격렬히 싸웠고 이로 인한 문제가 커지자 휴전 합의를 이끌어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시 휴전은 미국이 터키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대(對)터키 경제 제재도 자제할 뜻을 밝혔다. 이에 이번 휴전이 영구 휴전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휴전이 아니라 군사작전의 중단”이라며 “우리 군의 철수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곳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터키군이 쿠르드족을 공격할 때 국제법상 민간인에게 쓸 수 없는 화학무기 ‘백린탄’을 썼다고 전했다. 부상당한 12세 쿠르드족 소년의 온몸에 수포가 있는 사진도 현지 소셜미디어에 떠돌아 백린탄 사용 의혹을 더한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날 “시리아 내 어느 곳에서든 터키의 공격에 대응하겠다.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알아사드 정권을 배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가 이번 결정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22일 러시아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해 말 시리아 철군 결정에 불만을 품고 사퇴한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세계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장군”이라고 주장하자 하루만에 “나는 가장 위대하게 과대평가된 장군”이라고 받아쳤다. 윌리엄 맥레이븐 전 해군 제독(대장)도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 대통령이 필요한 지도력을 못 보여주면 백악관에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