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비밀과 거짓말/유윤종 지음/280쪽·1만5000원·을유문화사
모차르트 독살설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다. 그런데 이에 관한 루머는 모차르트의 사망 직후 빈 음악계에 풍문으로 떠돌았다고 한다. 로시니도 살리에리를 만난 자리에서 반농담으로 ‘이 소문’을 언급했다. 루머에 스트레스와 시달림을 받은 살리에리는 죽기 2년 전 치매로 요양소에 실려가 ‘내가 모차르트를 죽였다’는 혼잣말도 했다.
그런데 모차르트의 편지를 살펴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모차르트가 ‘황제의 눈에 든 인물은 살리에리뿐’이라고 불평을 늘어놓거나 질투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오히려 살리에리는 1788년 궁정 카펠마이스터로 임명된 뒤, 자신의 곡이 아닌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무대에 올렸다. 관계가 좋아진 두 사람은 공동으로 칸타타를 작곡하기도 했다. 어쩌면 ‘모차르트 독살설’은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난 천재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낸 상상일지 모른다.
‘예술은 어렵다’는 막연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성전’처럼 지어진 콘서트홀에서 만나는 음악이 때로는 박제된 성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책은 그 음악 속에 담긴 시공간을 넓게 펼쳐 보여준다. 그 속의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중요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클래식 음악 또한 인간의 사소한 일상에서 출발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곰국처럼 깊은 정보를 반듯하고 정갈하게 차려낸 문장도 매력이 넘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