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과 깡통의 궁전/강희정 지음/496쪽·2만8000원·푸른역
말레이반도 서북부의 작은 섬인 말레이시아 페낭은 ‘동양의 진주’로 불렸다. 페낭은 말라카 해협 북부의 중심으로 1786년 영국에 점령당한 뒤 동서 바닷길 교역의 거점이 됐다. 아편 무역은 동남아시아에서 영국의 핵심 사업이었고, 페낭은 그 길목에 있었다. 깡통에 쓰이는 주석과 타이어의 재료인 고무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페낭은 또다시 격변한다. 책은 18세기 후반부터 1930년대까지 페낭의 중국계 이민자 사회를 살폈다. 지역사회의 주역인 중국계 이민자들은 ‘현지에서 태어난 자’라는 뜻인 ‘페라나칸’으로 불린다. 중국미술사를 전공한 저자가 페라나칸의 다층적 면모를 역사적으로 조명했다. 부제 ‘동남아의 근대와 페낭 화교사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