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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 공정성” 운운한 통일장관, 간·쓸개 빼놓고 무슨 대북정책인가

입력 | 2019-10-19 00:00:00

김연철 통일부 장관.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무관중·무중계 평양 축구와 관련해 “북한이 중계권료와 입장권을 포기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의 공정성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야당 의원이 ‘북한에 대단히 실망했다고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매우 실망스럽다”고 답했다. 하지만 “축구협회와 정부가 할 역할이 따로 있다”며 항의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김 장관의 발언은 남북 관계를 책임진 통일부 장관이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비록 일각의 해석을 전한 것이라지만 어떻게든 북한을 이해하며 넘겨보겠다는 저자세일 뿐이다. 이런 태도는 장관만이 아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15일 북한의 DVD 제공 계획을 전하며 “국민이 직접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가 축구협회로부터 섣부른 발표라는 항의를 받았다. 북한을 합리적 행위자로 보고 기대를 담은 예측대로 되리라는 ‘편의적 낙관론’에 빠져 불합리하고 몰상식한 북한의 속성을 간과하는 우를 거듭 범하고 있는 것이다.

평양을 다녀온 우리 선수단은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공항 통관에만 3시간 가까이 걸렸고 사흘 동안 거의 감금 수준으로 지냈다. 북측 선수는 죽기 살기로 나온 싸움꾼처럼 행동했다. 손흥민 선수는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다. 우리 방송사가 축구 중계를 위해 지불한 거액의 계약금도 떼일 판이다. 외신들도 스포츠에 정치 논리를 개입시킨 북한을 비판하는데, 우리 정부만 북한 감싸기에 바쁘다.

정부는 북-미 관계가 풀리면 남북 관계도 풀릴 것이라며 지금은 ‘인내의 시기’라고 보는 듯하다. 북한 매체들이 우리 대통령까지 겨냥해 온갖 막말과 비방을 쏟아놓지만 정부는 혹시나 북한을 자극할까 말조심에만 신경 쓰고 있다. 그러니 우리 국민의 상처받은 자존심은 안중에도 없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간도 쓸개도 빼놓고 북한 달래기에만 급급하다 혹여 북-미 관계가 풀린다면 그때 남북 간에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