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 참석이 결정된 가운데 한일 관계에도 모처럼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총리를 통해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보낼 예정이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연내에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띄우는 ‘발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도 16일 참의원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늘 대화를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하는 등 근래 드물게 유화적인 태도로 대화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보내는 첫 친서는 단절된 대화의 복구를 원한다는 시그널의 의미를 갖는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풀려면 ‘정상 간 신뢰 회복’이 긴요하다는 점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시급하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때 만난 이래 1년 넘게 회담을 갖지 않았다. 연말까지 아세안+3 정상회의(태국·10월 31일∼11월 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칠레·11월 16, 17일), 한중일 정상회의(중국·12월 말) 등 다자외교 일정이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두 정상이 이런 기회들을 활용해 마주 앉을 수 있다.
한일 양국은 그간 관계 악화의 책임을 상대국에 떠넘기며 ‘네 탓’ 공방만을 벌여 왔다. 그러나 시간이 별로 없다. 다음 달 22일 지소미아가 종료되고, 수출 규제 장기화는 한일 양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에도 점점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이웃 나라 정상이 1년 넘게 회담 한 번 못하는 비정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총리의 표현대로 한일 관계를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레 다루되 속도감 있게 확실한 성과를 도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