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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스타 위워크는 ‘거품’이었나[오늘과 내일/박용]

입력 | 2019-10-19 03:00:00

저금리시대 스타벤처의 추락에 뉴욕 금융-부동산 시장도 긴장




박용 뉴욕 특파원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인 5번가 424번지 10층 빌딩엔 지난해까지만 해도 192년 역사의 백화점 로드앤드테일러 본점이 있었다. 이 백화점은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의 공세에 밀려 결국 문을 닫았다. 본점 건물도 창업한 지 9년밖에 안 된 신생 기업인 사무실 공유회사 위워크의 손에 넘어갔다. 이 건물의 용도는 또 바뀔 수도 있다. 최근 위워크까지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위워크는 건물이나 사무실을 장기 임차해 재단장을 한 뒤에 단기 임대해 주는 ‘사무실 공유 서비스’로 성공했다. 일본 소프트뱅크 등의 투자와 JP모건 등 은행권 대출을 받으며 빠르게 덩치를 불렸다. 위워크는 지난해 맨해튼에서 가장 많은 상업용 건물을 빌린 최대 임차인이 됐다. 영국 런던, 미국 워싱턴에서 위워크는 최대 임차회사다.

덩치가 커질수록 부채도 불어났다. 장기 임차 계약은 위기가 닥쳤을 때 자금 회수를 어렵게 한다. 뉴욕의 한 부동산 투자자는 “장기로 건물을 빌려 단기로 세를 놓으면 세입자를 계속 확보해야 하는 경영 부담을 안게 된다. 위워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건물 매입이나 임차 비용은 꼬박꼬박 나가는데 세를 받을 길이 없으면 손실은 불어난다. 위워크는 올해 들어 6개월간 15억4000만 달러(약 1조8326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9억 달러(약 1조71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냈다. 맨해튼 5번가 로드앤드테일러 빌딩도 아마존이 통째로 임차한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위워크는 현재 본사를 이 건물로 옮기거나 장기 임차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워크는 자금난을 벗어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서 자금을 수혈하려고 시도했지만 지난달 말 계획을 접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월가의 시선은 이미 싸늘해졌다. 한때 47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던 위워크는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직전 2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CNBC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추가 자금 지원이 없다면 위워크의 자금이 다음 달 중순 바닥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위워크가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최소 2000명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위워크에 거액을 투자한 일본 소프트뱅크와 같은 투자자나 거액을 대출해준 JP모건 등 은행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건물주나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위워크 파산을 대비해야 할 처지가 됐다. 다행인 점은 위워크가 자금난을 극복하고 수익모델을 정비하고 재기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위워크를 구제하기 위한 금융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위워크의 위기는 시대와 주인공만 바뀌었지 2000년 닷컴버블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20년 전엔 검증되지 않은 벤처 수익모델에 막대한 투자 자금이 몰렸다.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은 상장을 통해 거액을 챙겨 회사를 떠났다. 남겨진 부실은 증시에서 주식을 산 일반 투자자가 떠안았다. 현재는 금리가 낮아 과거처럼 벤처 거품이 당장 터질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긴장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

저금리의 풍부한 유동성이 만든 파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중국, 일본, 유로존 등 주요 경제권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큰 기업 부채가 2021년에는 19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 공짜 점심은 없다. 저금리 시대가 풀어놓은 ‘값싼 돈’은 언젠가 깊은 상처를 남긴다. 미국 월가에서 “유니콘은 동화 속에나 있었다”는 탄식이 흘러나오는 게 마음에 걸린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