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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시리아 휴전” 다음날 포격 흰연기

입력 | 2019-10-19 03:00:00

“쿠르드군 접경 철수, 터키 공격중지” 美 펜스-터키 에르도안 합의 무색
美매체 “터키군, 백린탄 사용”… SNS에 ‘온몸 수포 소년’ 사진 등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17일 수도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은 터키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5일 동안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앙카라=AP 뉴시스

터키가 17일부터 약 5일간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공격을 중지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휴전 하루 만인 18일에도 터키와 시리아 국경 도시 라스알아인에서 포격에 따른 흰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터키군이 쿠르드족에게 국제법상 민간인에게 쓸 수 없는 화학무기인 ‘백린탄’까지 사용했다고 전했다.

현재 라스알아인에서는 백린탄에 피폭됐을 때와 비슷한 부상을 입은 어린이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백린탄은 인체에 닿으면 뼈와 살을 녹이며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무기’로 꼽힌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한 소년의 온몸에 수포가 번진 사진, 의사들이 수포로 뒤덮인 아이들을 치료하는 사진 등이 등장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7일 터키의 공격 후 8일간 민간인 72명이 숨지고 3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앞서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터키를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7일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5시간 회담했다. 그는 “쿠르드 민병대(YPG)가 시리아 북부의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터키군이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르드군이 터키가 설정한 안전지대 밖으로 자진 철수하고 미국도 대(對)터키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이 조건이 터키에만 지나치게 유리해 영구 휴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였다. 게다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휴전이 아니라 군사작전의 중단”이라며 “우리 군의 철수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곳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전인수격 태도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그는 이날 텍사스주 대선 유세에서 “마치 운동장에 있는 두 아이처럼 누군가는 그들이 싸우도록 했다가 갈라놓아야 했다. ‘거친 사랑(tough love)’이 없었다면 그들은 결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태의 원인인 자신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거친 사랑’으로 포장하고 이것이 양측 휴전으로 이어졌다는 억지 주장을 편 셈이다. 지난해 말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이슬람국가(IS) 담당 특사를 지낸 전직 외교관 브렛 맥거크는 “무고한 난민이 발생했고 수백 명이 죽었다. IS 포로들도 탈출했다”며 “운동장의 두 아이들이란 비유는 터무니없고 무식하다”고 강력 비판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