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남녀 전통적 역할 불균형, 가정파탄 사례 발생" "배급도 안 주면서 남성들 기업소에 종속, 당 정책 잘못"
강수윤 기자 =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으로 부부싸움과 가정 파탄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결혼을 포기하고 독신을 택하는 남성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사사여행(공적인 일이 아닌 사사로운 일로 여행)으로 중국 심양에 나온 평안남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미 북한 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올해 초부터 장사도 잘 안되는데 당국의 조직생활이 강화되면서 살기가 힘들어진 주민들의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졌다”면서 “가정에서는 부부싸움이 빈번해지고 길거리와 장마당에 나가보면 장사꾼들끼리 다투는 모습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특히 “공장에 나가서 일하는 남편들이 배급도 못 타오는 형편이어서 여성들이 남성들을 폄훼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면서 “이에 남성들은 남편을 공대하고 존중하던 여성들의 도덕이 무너지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집안에서 아내나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여성들을 거칠고 폭력적으로 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결혼을 기피하고 가정 꾸리기를 포기하는 남성들이 늘어나자 당국에서는 여성들에게 가정의 꽃, 나라의 꽃, 혁명의 꽃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조선여성답게 남성을 존중하고 남편을 내세우라는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또 “가정살림을 알뜰하게 돌보며 시부모를 잘 모시는 것은 조선여성들의 아름답고 고상한 품성이라며 모든 여성들이 사회의 화목과 단합을 꽃피우는 자양분이 되라는 당국의 선전은 괜히 여성들의 예민해진 신경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면서 “여성들은 ‘지금이 봉건시대냐’며 남성에 대한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는 당의 선전에 반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식통은 “장마당이 활성화될수록 남녀간 갈등이 사회적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것은 월급과 배급도 주지 않으면서 모든 남성들을 공장 기업소에 종속시키고 있는 당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며 “사회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한 여성들은 남성을, 남성들은 여성을 서로 불신하며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