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美대사관저 월담’ 대학생 단체 배후는? 담당경찰 신상 공개하며 항의

입력 | 2019-10-20 21:22:00

(출처-대진연 페이스북 페이지)© 뉴스1


주한 미국대사관저 벽을 넘고 침입해 기습 점거 농성을 벌인 반미·친북 성향 학생 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7명에 대해 20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중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을 불법 점거했던 회원도 포함됐지만 당시엔 불구속 입건으로 풀려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美대사관 앞 불법 시위 전력자가 대사관저 침입


서울지방경찰청은 18일 오후 3시경 서울 중구 정동의 미국대사관저 벽에 사다리 2개를 설치한 뒤 벽을 넘어 침입해 관저 현관에서 기습 농성을 벌인 대진연 회원 17명 중 9명에 대해 공동 주거침입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이 중 7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21일 오후 3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대사관저 밖에서 검거된 또 다른 대진연 회원 2명은 건조물침입 미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대진연 회원 9명은 모두 한 차례 이상 불법 시위를 벌여 경찰에 입건된 전력이 있었고, 대다수는 여러 차례 입건됐다. 이들 중 일부는 이달 4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 인도에서 ‘미국 내정간섭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다가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 기단 위로 기습적으로 올라가 반미 시위를 벌였다. 또 올 7월 중구 명동의 한 빌딩에 입주한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계열사 사무실 앞 복도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일부 회원과 올 3월 국회 의원회관 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의원실을 기습 점거한 이들도 구속영장 신청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그때마다 현행범으로 연행됐지만 곧 풀려나 불구속 수사를 받거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길 반복했다. 경찰은 세종대왕상 시위 당시 미신고 집회 혐의만 적용했고, 미쓰비시 사무실 복도 점거 땐 시위대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했다. 나 원내대표의 의원실을 점거한 회원 2명의 구속영장은 검찰과 법원에서 각각 1명씩 반려되거나 기각됐다.

경찰이 뒤늦게 대사관저 인근 경비 경력을 기존 의무경찰 2개 소대에서 경찰관 1개 중대로 늘리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금껏 솜방망이 대응으로 과격 시위를 방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진연 회원들이 대사관저에 침입할 당시에도 경찰은 사다리를 치우지 않았고, 담을 넘은 여학생 11명은 여경이 도착할 때까지 체포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엔 중국동포 여성(43)이 대사관저에 담장 중 낮은 부분을 뛰어넘어 들어가 배회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배후 수사 착수


경찰은 대진연이 사다리 두 개를 미리 준비해온 점에 미뤄 침입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배후를 수사하고 있다. 대진연은 한국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이었던 대학 졸업생을 중심으로 2016년경부터 조직됐으며 지난해 3월 대학생노래패연합 등 진보 성향 단체들과 연합해 정식으로 출범했다. 지난 7월 국회 의원회관 내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협박 소포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진연 산하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 유모 씨(36)도 한총련 15기 의장 출신이다. 경찰은 대진연이 대학생들로 구성돼 있지만 시위를 기획한 건 한총련 소속 회원들이 활동하는 국민주권연대라고 의심하고 있다. 대진연과 국민주권연대는 지난해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를 결성했다.

연행된 대진연 회원 19명은 모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외에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으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해 배후 연관성을 밝혀낼 방침이다.

대진연은 이날 오후 6시 체포된 회원이 조사를 받고 있는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진연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사를 맡은 경찰관의 소속과 이름,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며 “항의전화를 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