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혐한론 정체’ 전문가 분석 “한국도 ‘강하게 나가면 된다’ 생각… 한일, 새로운 관계 학습하는 중”
기무라 간 일본 고베대 교수. 아사히 신문 제공/동아일보 DB
한일 역사 문제 전문가인 기무라 간(木村幹) 일본 고베(神戶)대 교수는 19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한국과 단교하자’는 일본 내 일부 주장에 대해 “때려도 한국을 단순히 굴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일본 사회가 깨달으면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혐한론의 정체’를 주제로 기무라 교수를 포함해 전문가 3명의 의견을 보도했다. 기무라 교수는 “일본 내에서는 한국에 대해 ‘때리면 꺾이게 돼 있다’는 생각이 아직도 남아 있고, 일본인들이 ‘한국과 달리 일본은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싶어 한다”는 일본인의 심리를 전했다. 일본으로서는 추월당하고 싶지 않은 국가의 대표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일본 내 혐한론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기무라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한국이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고, 국방비나 구매력으로 환산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머지않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며 “한국을 공격하는 이들이 생각하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없어진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더 이상 ‘한국이 사죄한다’→‘(일본이) 재교섭에 응한다’는 과거의 시나리오가 들어맞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일본에서 ‘한국 단교’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작가 스즈키 다이스케(鈴木大介) 씨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올해 77세로 세상을 떠난 부친을 언급하며 “부친은 만년에 인터넷 우익과 같은 언동을 두드러지게 했다. 한국과 중국을 비판하고, 여성을 경시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 한류 드라마는 ‘보잘것없다’고 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 혐한 비즈니스에서 고령자보다 더 나은 고객은 없다. 출판사는 죽기 살기로 선정적인 제목을 붙이고 인터넷 매체도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필사적이다”며 “부모 세대가 이런 비즈니스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고 전했다.
스즈키 작가는 “부모 세대가 혐한 비즈니스의 타깃이 된 것은 과거 고도 성장기를 경험했지만 요즘은 그런 일본의 모습이 사라져 상실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