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노(天皇)’ 즉위의식은 서기 800년경부터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고 한다. 관료와 국내외 사절들이 정렬한 가운데 새 왕이 다카미쿠라(高御座)라는 단상에 올라 즉위를 선포한다. 나루히토 일왕은 내일 오후 1시에 이 행사를 하게 된다. 태풍 ‘하기비스’ 피해로 카 퍼레이드가 다음 달 10일로 미뤄졌고, 이어 14∼15일 ‘다이조사이(大嘗祭)’라는 추수감사 의식을 거치면 즉위 관련 의식은 모두 끝난다. 새 연호를 발표한 4월 1일부터 7개월 넘게 즉위 행사가 이어지는 셈이다.
▷일본 왕위의 상징인 삼종신기(거울 검 굽은구슬)는 천손강림했다는 아마테라스 오미가미(天照大神)로부터 대대손손 왕에게 계승됐다는 왕실 보물이다. 일왕이 ‘신의 자손’이라는 설화에 기초한다. 사실 삼종신기는 실물을 보았다는 사람이 없고, 역사서 중에는 유실됐다는 기록도 적지 않지만 아무도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 시중에 떠도는 삼종신기의 사진은 ‘상상도’이고 즉위 행사에서 사용되는 것조차 복제품이라고 한다(이 또한 아무도 본 적이 없다).
▷일본 왕실은 어느 때보다 위기에 봉착해 있다. 딸이 많은 가계라 나루히토 일왕의 후계자는 동생인 후미히토 왕세제와 그 아들 히사히토 왕자 2명만 남았다. 여론조사에서는 ‘여성 일왕’에 대해 60∼70%의 찬성 응답이 나오지만 보수파들의 반대도 끈질기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여성 왕도 인정하도록 왕실전범을 개정하려 했지만 마침 왕세제 부부가 임신 사실을 공표하면서 무산된 일도 있다.
▷한반도에 대한 친근감을 늘 거론했던 아키히토 상왕에 이어 나루히토 일왕도 8월 15일 과거사에 대해 “깊은 반성”을 표현했다. 그가 삼종신기만이 아니라 부친의 평화에 대한 신념도 계승해주는 걸까. 즉위식 축하를 위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이 한일 간 얼음을 녹이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