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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지만 독한 관능적 드림팝의 신세계

입력 | 2019-10-21 03:00:00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 2집 ‘Cry’
느리고 어두운 로맨틱 누아르… 1980년대 발라드 가요 방불



25일 2집을 내는 미국 밴드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 왼쪽부터 제이컵 톰스키(드럼), 그레그 곤살레스(보컬, 기타), 랜들 밀러(베이스기타). 강앤뮤직 제공


미국 밴드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가 25일 2집 ‘Cry’를 공개한다. 2017년 평단과 음악 팬들의 찬사를 받은 데뷔 앨범 ‘Cigarettes After Sex’ 이후 2년 만의 정규 음반. CD와 LP는 현재 주요 음반 판매처에서 예약주문을 받고 있다.

미리 들어본 ‘Cry’는 굳히기 음반이다.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를 그룹이 아니라 아예 하나의 장르로 못 박는 작품. 1집과 맥이 같다. 소리의 공간을 빼곡히 채우기보다 허허하게 비워두는 지독한 미니멀리즘, 그리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파도.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의 음악은 한마디로 로맨틱 누아르다. 사랑 이야기를 사랑스러운 멜로디에 담되 소리 풍경만은 지독하게 느리고 어두우며 허하다. 드림팝, 슈게이즈, 슬로코어 같은 인디 장르에서 분위기와 사운드 방법론을 가져왔지만 화성과 멜로디만은 1980년대 발라드 가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순정하다.

신작은 첫 곡 ‘Don‘t Let Me Go’부터 알고도 당하는 바로 그 사운드와 선율로 강펀치를 날린다. ‘Come to me now/Don’t let me go/Stay by my side’의 단순한 후렴 멜로디는 고막을 순식간에 관통해 가슴에 치고 들어온다. 멀리서 울려오는 듯한 라이드 심벌의 리듬 새김, 거기에 먹먹하게 휘감겨오는 몽환적인 기타, 베이스기타, 건반….

더없이 느린 ‘Hentai’ ‘Cry’는 물론 비교적 빠른 템포의 ‘Heavenly’나 ‘Touch’까지도 슬로모션처럼 다가온다. 그레그 곤살레스의 여리고 달콤한 허스키 음색도 여전하다.

낮에는 위험할 만한 음반이다. 불면증에 처방할 음악이다. 소리의 파동만으로 공기 중에 밤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므로. 부드럽지만 독하고, 사랑스럽되 고통스럽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