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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있는 규제, 글로벌기업 투자 막아”

입력 | 2019-10-22 03:00:00

해외경제인들 좌담회서 지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를 주제로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특별좌담회에 참석한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오른쪽)의 발언을 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가운데), 권태신 한경연 원장(왼쪽)이 경청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미국에도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비슷한 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여러 지사 중 로스앤젤레스 사무소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럼 그 사무소가 문제지 시카고 본사에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형사처벌) 리스크를 떠안지 않아요.”

21일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하지만 한국에서는 CEO 밑에 직원 1만 명 중 한 명의 문제가 곧 CEO의 리스크가 된다”며 “우리도 올바른 일을 하고 싶은데 한국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CEO에게는 (사업주 형사처벌 법안이) 너무 큰 위험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김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좌담회에서 언급한 ‘CEO 리크스’에서 든 사례는 올해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되면 △피해자의 근무지를 변경하고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회사의 사업주, 즉 CEO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일상적인 경영 활동 중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규제 위반의 끝이 사법기관의 CEO 소환이나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오랫동안 경영계가 호소해온 리스크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관리법 등 10개 경제 노동 환경 관련법의 357개 벌칙 조항 가운데 315개(88.2%)가 법 위반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업주(대표이사·CEO)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를 두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CEO들이 두려워하는 대표적인 법안 중 하나다. 원청업체의 안전 조치 소홀로 하도급 업체 직원이 사망하면 원청업체 CEO가 최대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사망이 아닌 규칙 위반으로도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을 살 수 있다. 반면 미국과 독일은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에만 최대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나머지는 과태료 수준이다.

투자 의사결정이 결국 실패로 끝나면 CEO는 배임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어기거나 노조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도 회사 CEO가 처벌 대상이 된다. 부당노동행위 시 CEO 형사처벌은 한국에만 있는 규정이다.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도 한국에서의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는 문제로 꼽힌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한국만의 규정이 많다”고 언급하며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혁신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 속도는 매우 빠르다. 정부가 새로운 산업을 혼자 자체적으로 규제하기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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