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골적 친정 편들기” 비난
여당 출신의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년 4월 총선에 대해 “어느 당이든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몰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 등을 추진할 힘을 가진 정당이 나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에 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시도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노골적으로 친정인 여당 편을 들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세르비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순방을 마친 문 의장은 21일(현지 시간) 마지막 순방지인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정치에 실망해) 광장에 나오기 전에 21대 국회의원을 제대로 뽑았으면 한다”며 “촛불 민심을 제도화하고 헌법을 고치고 검찰 개혁 등 개혁 입법을 할 사람을 눈을 부릅뜨고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반이 아니라 3분의 2로 어느 당에나 몰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현재는 국회의장으로 당적을 가질 수 없어 무소속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문 의장은 최근 국회에서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사법 개혁안 처리에 대해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개헌과 개혁입법 과제 중 3건(선거제 개편 법안, 사법 개혁 법안 2건)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렸는데 지금 와서 나자빠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반인) 150표가 확보되지 않으면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겠냐”며 “결국 일괄 타결밖에 답이 없다. 예산, 사법 개혁, 정치 개혁 모든 것을 뭉뚱그려 해야 한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내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선 문 의장이 “3분의 2를 몰아줬으면 한다”며 ‘어느 당이든’이라고 했지만 동시에 검찰 개혁 등을 강조한 만큼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해야 한다는 속내를 피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귀를 의심케 하는, 국회의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며 “국회의장의 민주당 사랑이 도를 넘어섰다. 의장으로서 중립이란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