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연재소설 가족은 1975년부터 무려 34년간 감동을 선물했다. “삶이 다하는 날까지 ‘가족’을 계속 써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던 대로였다. 법정 스님은 산방한담(山房閑談)을 1980년부터 16년간 연재했다. 피천득 선생을 비롯해 장영희 교수와 이해인 수녀도 ‘샘터’가 키워낸 수필가들이다. 시인 강은교 정호승, 소설가 김승옥 윤후명, 동화작가 정채봉 등이 여기서 일했고 소설가 한강도 기자로 일하며 필력을 닦았다.
▷샘터는 유명 작가뿐 아니라 범인(凡人)들이 독자들을 웃고 울리는 잡지였다. 마지막 호가 될지 모를 12월호의 독자 참여 특집 주제는 ‘올해 가장 잘한 일, 못한 일’이다. 지금처럼 글을 쓸 공간이 없던 시절에는 이민 간 교포, 파독 광부나 간호사들이 그들의 애환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인연의 징검다리가 되기도 했다. 샘터를 구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다른 독자들이 샘터를 선물해주던 코너를 통해 책을 주고받다 커플이 되고 결혼을 했다.
▷‘샘터’가 창간된 그해 9월 동아일보에는 ‘활력 솟는 잡지계’라는 기사가 실렸다. ‘샘터’를 필두로 잡지들이 부담 없이 읽고 들고 다니기 편한 ‘경장(輕裝)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종합지·여성지의 중압을 회피하면서 주간지로 익혀진 핸디블한 책을 좋아하게 된 독자들의 구미를 맞추게 된 것이다.’ 바쁜 도시인의 손을 독차지했던 샘터는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주었다. 50년간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속삭이던 샘터가 많이 그리울 것만 같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