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대선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동아일보DB
황형준 정치부 기자
4년 전인 2015년 10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호남 지지율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2015년 10월 둘째 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호남 지지율은 8%로 떨어졌다. 차기 대권을 다투던 박원순 서울시장(31%)과 안철수 전 의원(20%)보다 절반 이하로 뒤졌고 심지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무성 전 대표(9%)에게도 밀렸다.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92%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호남이었기에 당시 친문 진영이 받은 충격은 컸다. 문 대통령과 경쟁하던 안 전 의원은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기반으로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문 대통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당권을 넘기고 백의종군을 택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후 적극적인 호남 구애에 나섰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칠 정도로 급박했던 것이다. ‘호남 특보’를 자처한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17년 5월 대선 때까지 8개월 동안 매주 호남을 찾아 마을회관과 시장, 목욕탕을 방문하며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호남 민심을 챙겼다.
하지만 최근 호남 여론이 심상치 않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39%로 떨어진 18일 한국갤럽 10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도 호남에서는 여전히 긍정 평가가 67%로 높지만 10월 2주차 조사(76%)에 비해 9%포인트 떨어졌다. 민주평화당 소속 한 의원은 “호남 민심도 전국 여론(39%)으로 수렴해 가는 것 같다”며 “호남에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가 잘된 일이라는 여론이 높은 건 큰 변화”라고 전했다. 무소속으로 광주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열혈 지지층은 결속되고 있지만 조국 사태 이후 일부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지지층 이탈이 시작되고 있다. 지금은 표현을 안 할 뿐”이라며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과 민주당이 장악한 지방의회의 일당 독주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반면 호남의 민주당 의원은 “조국 사태에서 야당이 너무 안 도와줬다는 여론이 강하다”며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세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에선 선거철만 되면 “광주는 진보 진영의 심장부”, “호남은 늘 전략적 선택을 한다”며 호남의 지지를 기대해왔다. 다자구도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호남은 전북(64.8%), 광주(61.1%), 전남(59.9%) 등 권역별로 고루 문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민심은 4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물론 총선까지 6개월가량 남은 만큼 변수는 많다. 분명한 건 호남 민심이 어떻게 요동칠지,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지는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황형준 정치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