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부모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형석 사회부 기자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 씨를 비롯한 6명의 부모가 마이크를 잡았다. 태호 부모, 유찬이 엄마, 민식이 부모다. 하준이처럼 이들의 숨진 자녀 이름을 딴 ‘어린이 생명안전법안’들이 올해 12월 10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어린이 생명안전법안의 시작은 ‘해인이법’이다. 이해인 양(당시 4세)은 2016년 4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내려 귀가하던 중 제동장치가 풀려 내려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당시 해인이가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숨진 사고를 계기로 그해 8월 발의된 법이 ‘해인이법’이다. 어린이가 위급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엔 누구나 어린이를 신속하게 응급의료기관으로 옮기도록 하는 내용이 법안에 담겼다. 하지만 해인이법은 여전히 국회에 묶여 있다. 발의 후 법 적용 범위와 방식에 대한 논쟁만 1년 반 동안 이어졌다. 어린이 안전 업무 관련 부처가 교육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의 논의가 마지막이었다. 결국 올해 8월 ‘어린이 안전 관리에 관한 법’으로 이름과 내용을 바꾼 새로운 해인이법이 다시 발의됐다. 하지만 20대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하다.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시간은 남았다. 안전사고로 숨진 어린이의 이름을 딴 법안이 발의에만 그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20대 국회에 주어진 책무 중 하나다.
서형석 사회부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