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비판했다 공격당한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그로 인해 집단 공격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일개 떡볶이 장수의 페이스북 글에도 프레임을 걸고 불매운동과 인신공격을 하는 현실. 지금 ‘열린 사회의 적’은 누구인가.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조국 사태의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가 됐는데 어떻게 시작된 건가.
“원래 페이스북에 평소 일상이나 신앙, 정치 등과 관련된 이런저런 글을 많이 썼는데 밑에 ‘#코링크는 누구 거’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최순실 사태 때 ‘#그런데 최순실은’이란 해시태그 운동이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 그러다 지난달 말 해시태그를 ‘#코링크는 조국 거’로 바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핵심 인물인데 가족들만 조사받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걸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이 공유하면서 일이 커졌다. 내 글을 공유해 가면서 ‘국대떡볶이 대표라는 사람이 코링크가 조국 거라고 합니다. 불매운동 갑시다’라고 한 거다.” (문 대통령 지지자라는 건 어떻게 알았나.) “내 글을 공유했기 때문에 그 사람 페이스북에 가서 게시물을 볼 수 있었다. ‘이니 건드리면 눈알이 터져’ 이런 게시물도 있고….” (본문도 아니고 단지 해시태그 때문에 시작됐다는 말인가.) “그렇게 시작됐다. 단지 해시태그를 보고….”
※‘이니’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을 부르는 애칭이다.
―이런 논쟁을 겪어본 적이 없었을 것 같은데….
―이런 경우에 타협을 하는 게 보통 아닌가.
“주변에서 사과하고 끝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말했지만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더라.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무릎을 꿇으라는 식인데…. 내 생각을 밝힌 것이 불매운동을 당해야 할 일인가. 그리고 대체 누구에게 사과하라는 건가. 친문 지지자들? 그 사람들은 내 약점이 가맹점에 피해가 가는 거란 점을 알기 때문에 불매운동을 무기로 쓴 건데…. 우리 가맹점주들이 오히려 부당하게 재산권을 위협받은 피해자 아닌가. 보호를 받아도 모자랄 판에…. 그래서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더 강하게 나갔다.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글을 올리고, 불매운동 하자는 사람들 페이스북에 들어가 게시물 캡처해서 내 페이스북에 올렸다. 언론에도 알리고….” (국대떡볶이가 호남에 가맹점이 두 개뿐이라 현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비난도 있더라.) “하하하. 정말 그렇게 말하는 게 잘못된 건데…. 내가 고향이 대구고 보수라 호남에 가게를 안 연다고 한다. 사업하는 데 그런 걸 따지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도 그렇고 모든 사업은 인구 수와 시장 크기에 비례할 수밖에 없는데….”
※국대떡볶이 가맹점 64곳(자체 홈페이지 기준) 중 호남은 2곳, 부산 대구 경남·북은 8곳이다.
―페이스북에 쓴 글 때문에 시민단체에서 고발까지 당했다.
시민단체의 고발장.
※시민단체인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가짜뉴스 국민고발인단’ ‘자유한국당척결 국민고발인단’ 등은 지난달 27일 김 대표가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훼손을 통해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에 고발했다.
―일각에서는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고도 한다.
“하…. 정말 앞뒤 안 가리고 하는 무조건적인 비난인데…. 세상에 대통령 걸고넘어지는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회사를 본 적이 있나. 회사는 세무조사 등 권력에 의해 공격받기가 아주 쉽다. 그런데 대통령을 향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니…. 원래 매장도 좀 새롭게 구성하고 사람도 영입하는 리뉴얼을 막 실행할 참이었는데 이 일 때문에 오히려 늦어지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 매출 규모는 줄었지만 이 사안이 터질 당시에 회사는 흑자였다. 설사 망하고 있다고 한들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면 더 빨리 망하지 살아나겠나.”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대떡볶이 가맹점 수는 2015년 99개에서 2017년 74개로, 같은 기간 매출은 80억 원에서 51억 원으로 떨어졌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 치과병원 지하 1층 구내식당을 위탁운영하는 업체가 있다. 이 업체가 우리와 기본 2년에 이후 1년씩 연장하는 조건으로 가맹점 계약을 맺고 떡볶이를 팔았다. 지난달 16일 문을 열었는데 다른 지역처럼 단독 매장을 차린 건 아니고 주방시설을 이용해 식당 메뉴에 추가해 판 것이다. 병실 배달 서비스도 하고…. 초반에는 하루 50만 원 정도로 매출이 아주 좋았다. 홍보만 좀 더 하면 하루 100만 원까지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 크기에서 100만 원이면 대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 열고 보름 정도 지났는데… 그때가 내가 문 대통령 비판한 걸로 한창 이슈가 될 때였다. 갑자기 업체에서 면담 요청이 왔다. 병원 측에서 국대떡볶이 상호를 안 보이게 하고, 병실 배달도 하지 말라고 한다고…. 병원 노조가 그렇게 항의한다는 거였다. 이후 매출이 하루 10만 원 정도로 떨어져 계약을 해지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루 10만 원이면 한 사람 인건비도 안 나오는 수준이니까…. 해지하면 패널티나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그런 문의를 한 거다.”
※서울대 치과병원 지부는 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소속이다.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가봤는데 아직은 영업을 하고 있던데….
“업체 이야기를 듣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이런 내용을 언론에 제보했다. 그 후 병원과 노조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자 자신들은 그런 적이 없다며 한발 빼더라. 이 때문에 가맹점은 폐점도 못 하고, 전처럼 제대로도 못 하고 애매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중간에 낀 가맹점이 사실 제일 불쌍하다. 노조가 겁이 나 폐점도 못 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고 있으니까….” (노조가 폐점을 압박했다면서 업체는 겁이 나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게 무슨 말인가.) “처음과 달리 사안이 커져 지금 실제로 폐점을 하면 병원과 노조에 다시 엄청난 비난 여론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병원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그런 점도 신경을 안 쓸 수 없을 거다. 사실 피해자인데…. 중간에서 곤란한지 ‘우리가 언제 해지한다고 했느냐’라고도 하더라.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가맹점이 피해자이기 때문에 진짜 해지한다고 하면 위약금 같은 건 안 받으려 했다.”
―과거 일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을 누드화에 합성하고, 잘린 머리를 쇠막대기에 매달아 시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 비판은 표현의 자유를 넘는 것이라며 당신을 비난한다.
“나는 이 점은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 얼굴을 누드화에 합성하고, 머리를 죽창에 매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패륜이고 인격모독이라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도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나 또한 문 대통령을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되고…. 하지만 누군가의 사상이나 생각은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김상현 대표=대구대 체육학과 재학 중 입대. 제대 후 복학하지 않고 몇몇 사업을 했으나 실패한 뒤 고향 떡볶이집 할머니에게 떡볶이 만드는 법을 배워 2008년 12월 이화여대 앞에 포장마차를 차렸다. 이듬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국대떡볶이 1호점을 냈는데 1년 반 만에 매장이 60여 개로 늘 정도로 성공했다. ‘국대’(국가대표의 줄임말)는 투박하고 한국적이면서 좋은 의미를 가진 이름을 찾던 중 친구와의 대화에서 우연찮게 떠올랐다고 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