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최고기록 뒤 2015년 부상… 내리막 걸으며 팀도 여러번 옮겨
채널A 제공
영화 ‘페이스메이커’(2012년)에서 배우 김명민이 연기한 주인공 주만호는 올림픽 마라톤 도중 다리에 경련이 일자 도로에 있던 관중의 국기를 낚아챈 뒤 깃대로 다리를 찔러 피를 낸다. 절뚝거리며 뒤처졌던 주만호는 결국 1위를 한다.
한국 마라톤의 올림픽 우승은 영화에서나 가능하지만 주만호의 행동은 마라토너 사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20일 열린 경주국제마라톤 국내 여자부 우승자 백순정도 그랬다.
백순정의 행동에 대해 운동생리학 전문가인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성봉주 박사에 따르면 ‘다리 찌르기’는 주로 30km 이후에 나온다. ‘마의 코스’에서 무리를 하면 갑자기 근육이 뭉치는데 이럴 때 피를 내는 것은 효과가 있다. 혈관이 터지면서 뭉쳤던 근육이 풀리기 때문이다. 백순정은 “근육이 수축된 상태라 찌르는 것 자체가 아프다. 그래도 경련으로 인한 통증보다는 덜하다”고 말했다.
백순정은 골반 부상으로 최근 4년 동안 제대로 뛴 적이 없다. 2017년 통증을 참고 풀코스에 나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삼성전자 소속이던 2013년 개인 최고인 2시간36분27초를 찍은 뒤 기록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이후 여러 팀을 거쳐 올해 옥천군청에 입단했다. 마라톤을 그만두려 했던 백순정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우승 기회였다.
성 박사는 “마라톤은 30대 이후에도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다. 레이스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자기관리 능력이 중요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백 선수가 이번 우승을 계기로 더 몸 관리를 철저히 해 롱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건 why@donga.com·이원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