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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도 ‘김지영’ 열풍… 여성들 ‘딱 내 이야기’라며 공감”

입력 | 2019-10-22 03:00:00

16국에 ‘82년생 김지영’ 알린 대만 출판 에이전시 대표 탄
“책 소개 듣자마자 대박 예감”




대만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 그레이 탄은 “미국 작가 마이클 셰이본과 대만 작가 우밍이, 그리고 한국 작가 조남주와 한강을 좋아한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이설 기자 snow@donga.com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 중국 소설 부문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17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저작권센터에 각국 편집자와 에이전트들이 모였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와 이 책을 세계에 소개한 대만 그레이호크 에이전시의 그레이 탄 대표(40) 등 20여 명이 소설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는 해외 저작권자와 국내 출판권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16개국에 이 책을 알린 탄 씨를 만났다. 그는 “책 소개를 듣자마자 감이 왔다”고 했다.

― ‘82년생 김지영’을 어떻게 알게 됐나.

“2017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출판사로부터 기획안을 건네받았다. 첫눈에 반응이 좋겠다 싶어 대만에 소개했고, 예상대로 크게 성공했다. 사회적 이슈와 맞물린 데다 분량이 짧았다. 한국에서 이미 성공한 점도 확신을 줬다.

당시 한류 확산과 사드로 인한 중국의 제재가 맞물리면서 한국 출판은 대만, 베트남, 태국 쪽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다. 조남주 작가와 함께 공지영, 정유정 작가의 책도 (대만에) 소개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여권(女權)이 강한 편으로 알려진 중국에서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아시아 여성들만 공감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에이전트들이 이구동성으로 ‘딱 내 이야기야!’라고 외쳤다. 김지영의 아픔을 전 세계 여성들이 아직 겪고 있는 것이다.”

― 영국 출판사 사이먼앤드슈스터 도서전 부스에 책 포스터가 크게 걸려 있는 것을 봤다.

“미국과 영국에서 내년 2월경 동시 출간할 예정이다. 헝가리, 스페인, 프랑스, 체코 등도 남아 있다. 거의 모든 문화권에 한국 소설이 소개되는 전기를 맞는 것이다.”

― 케이팝의 선전으로 케이문학에 대한 선호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하던데….

“한강 작가가 부상한 이후로 변화가 느껴진다. 소설을 해외로 내보낼 때 지역색과 보편성을 두고 우선순위를 따지는 건 해묵은 논쟁이다. 관건은 두 가지의 조화와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한다.”

― 한국 에이전트가 아닌 대만인인 당신이 이 책의 수출 활로를 뚫었다. 대니 홍 에이전시의 대니 홍 대표는 당신에 대해 “하루 2권씩 책을 독파하는 못 말리는 책벌레다. 영어도 굉장히 잘한다”고 했다.

“중국 홍콩 대만 시장에서 오래 일했고 서구권에도 책을 여러 차례 소개해왔다. 일할 때 필요한 네트워크와 플랫폼이 있어서 일을 맡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서양인은 동양인이라면 국적과 상관없이 비슷하게 여기지 않나. 우리도 서양인을 만날 때 국적을 정확히 가늠하지 못하듯이.”

― 어떤 책을 주로 소개하는가.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만 다룬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도 중국에 소개해 1000만 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에이전트로 15년간 일했다. 영문학 석사 시절 ‘왕좌의 게임’을 번역하며 출판계에 입문했다. 일이 좋아 학업도 중간에 그만뒀다.”

― 문학은 다른 문화권에 특히 스며들기 쉽지 않은 장르다.

“문화권에 따라 선호하는 장르와 주제가 제각각이다. 해당 국가 독자의 성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김지영을 소개한 인연으로 한국이 각별하게 느껴진다. 한국 책을 많이 발굴해 알리고 싶다.”

프랑크푸르트=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