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밑돌던 로보어드바이저 3년
직장인 박모 씨(33)는 최근 만기가 된 적금 2000만 원을 수령했다. 이 돈을 다시 적금에 넣자니 낮은 금리 탓에 고민이 됐고, 투자 상품을 알아봤지만 증시가 불안정해 선뜻 마음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살펴보던 박 씨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RA)’를 발견했다. 인공지능(AI)이 박 씨에게 적합한 투자상품을 알아서 찾아준다는 것이었다. 박 씨는 투자선호도 등 몇 가지 투자성향을 입력한 뒤 추천 받은 펀드에 자금을 쪼개 투자했다.
금융투자회사들이 코스콤의 심사를 거쳐 RA알고리즘에 기반 한 펀드 상품을 내놓은 지 이달로 만 3년이 됐다. 로봇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이들 펀드의 수익률은 초기에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락장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내며 코스피 수익률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코스피 밑돌던 로봇, 최근 안정적 수익률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RA)는 AI기반의 자산관리서비스다. 사람 대신 컴퓨터시스템이 특정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산을 관리한다. 로봇이 개인의 투자 성향을 판단한 뒤 투자 종목의 변동성이나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직접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테스트베드 운용 초기만 해도 RA알고리즘을 활용한 펀드의 수익률은 코스피 대표종목 200개를 선정한 KOSPI200지수의 수익률을 한참 밑돌았다. 2017년 9월 말 KOSPI200지수가 22.51%의 수익률을 낸 반면 같은 시기 위험중립형 RA알고리즘 16개의 평균 수익률은 6%에 머물렀다.
하지만 분위기는 증시가 침체되기 시작한 2018년 말부터 역전됐다. KOSPI200이 작년 말 이후 마이너스(―1.14%) 수익률을 낸 반면, RA알고리즘은 같은 기간 모든 유형이 6% 이상의 수익률을 내며 선방했다. 최근까지 3년 누적 수익률도 KOSPI200이 6.49%인데 비해 RA알고리즘(위험중립형)은 평균 11.14%로 코스피를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 이용자 급증, 투자에는 아직 신중해야
로보어드바이저가 생각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내는 데다, 가입 절차도 간편하다보니 RA서비스의 이용자 수도 크게 늘고 있다. 2017년 8월 5825명이었던 RA서비스 가입자 수는 2년만인 올해 9월 현재 10만7544명으로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RA알고리즘이 더 정교해지면 서비스 규모나 범위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는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출산이나 이직 등 투자자의 개인적인 상황을 알고리즘이 꼼꼼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