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난양공大 교수팀 조사… 공급업체에 강한 신뢰감 심어줘 적극 협력 이끌어내 기업가치 높여
자기 확신이 지나친 최고경영자(CEO)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다가 과도한 투자, 무분별한 인수합병, 잦은 분식회계로 기업 가치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과신 리더십이 잘만 쓰면 얼마든지 ‘약(藥)’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케니 푸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연구팀은 1921개 기업을 대상으로 CEO의 자기 과신적 리더십이 공급업체의 자발적 협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리더십은 공급업체의 협력을 이끌어내 기업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이 원재료를 공급하는 업체와 한배를 같이 타는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자기 과신적 리더십이 도움이 됐다.
실제로 기업이 제품을 원활히 생산, 판매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원재료를 제공하는 공급업체의 자발적인 협력이 필수다. 그러나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특정 고객사에 재료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건 상당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한다. 고객사와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 공급사의 생존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급업체로부터 제조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이 비용과 위험에 대한 부담을 불식시켜 줄 정도로 CEO가 상당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처럼 CEO의 자기 과신 성향은 때때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지나치면 의사결정 오류로 연결되지만, 상황에 따라 거래 상대방에게 강한 신뢰를 심어줌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이 같은 ‘동전의 양면’을 동시에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