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더 긴밀하게 연결돼 경쟁 치열 탁월한 상품·서비스가 저성장 탈출 해법
허진석 산업2부장
기술의 발달로 거래 대상자나 거래 관련 정보를 접하는 시·공간적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이는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로 수출에 의지하는 한국 경제에 두 가지 의미를 던진다. 경쟁 상대가 더 많은 시장에서 뛰어야 한다는 것이고, 매혹적인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시장에서 큰 ‘파이’를 차지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최근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잇달아 낮추고 있다. 낮아진 경제성장률은 공장이나 가게의 부가가치 창출이 줄었다는 것이고, 소비자들은 그만큼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탁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려면 상상력이 좋고 기술력이 뛰어나야 하고 가격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는 환경에서 가능한 얘기다. 경제적 자유가 크면 클수록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지킬 확률도 커진다. 시장에서 규제를 혁파해 경제적 자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경제 환경은 경제 주체들의 자유를 한껏 보장해줘야 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지만 실상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예전에는 불가능했거나 비용이 많이 들었던 것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지고 있지만 원격 진료나 ‘타다’로 대표되는 신규 운송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더디기만 하다.
내년 1월 중소기업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확대 시행하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중소기업에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무서운 족쇄로 여겨진다. 예컨대 금형(금속으로 만든 거푸집) 수출업체들은 정밀한 가공 기술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납기를 맞춰 온 성실성으로 세계적인 단골 기업들을 확보해 뒀는데, 이런 중요한 거래처를 놓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기술자를 늘리고 싶어도 구인이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다. 아직 넓은 거리를 뛸 수 없는 아이에게 징검다리를 건너뛰게 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처벌까지 하겠다고 하니 중소기업들의 반발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주 52시간 근무제를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대통령도 보완책을 지시한 상황이니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건설업계나 대기업 연구소, 게임업계 등 마감이 있는 직종에서는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근무시간을 선택할 자유’가 절실한 실정이다.
허진석 산업2부장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