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후보 2명 추천 기만적… 결국 대통령 뜻대로 될 우려 커 공수처 만드는 진짜 목적은… 文 대통령 인사성향으로 볼 때 자기편 民辯에 칼자루 주는 것
송평인 논설위원
기만적인 공수처장 임명 과정보다 더 큰 문제는 공수처 검사를 절반 이상 비(非)검사 출신으로 충원한다는 데 있다. 사실 공수처에 집착하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단순하다. 공수처 기능을 포괄하는 검찰의 수장을 공수처장 임명하듯 임명하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는 데에 공수처를 만드는 진짜 목적이 있다. 공수처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류로 채우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중 코드 인사가 아닌 게 없지만 법 관련 인사가 특히 그렇다. 대통령이 임명한 두 사법부 수장과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명이 모두 우리법연구회나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려 했던 안경환과 실제 임명한 조국은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법학자다. 전 법제처장은 민변 출신이다. 법무부의 비(非)검찰화를 추진하면서 뽑은 실·국장급 간부 4명 중 3명이 민변 출신이다. 공수처가 민변류로 채워지지 않으리라 예측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중요한 사실을 빠뜨릴 뻔했다. 대통령 자신이 전체 변호사의 5%도 안 되는 민변 출신이다.
현 정권과 지지자들은 촛불시위를 우스울 정도로 진지하게 ‘촛불혁명’이라고 부른다. 사실은 정권교체, 그것도 임기 반 가까운 지금 와서 보면 무능한 정권으로의 교체였을 뿐인데 혁명이란 망상에 사로잡힌 자들은 윤석열 검찰의 조국 ‘신성(神聖)’ 가족에 대한 수사를 일종의 반(反)혁명 시도로 여겼다. 한 친여 신문은 군사쿠데타가 아니라 검찰쿠데타라고 칭했다. 그게 검찰쿠데타라면 공수처는 레닌이 반혁명 세력으로부터 혁명을 수호한다며 만든, 저 악명 높은 ‘체카(보위부)’다.
혁명 세력이 자신의 충견(忠犬) 역할을 해온 윤석열 검찰에 대해 한 상찬은 검찰이 박근혜나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하듯이 혁명의 노멘클라투라를 수사하자 분노로 돌변했다. 그들에게 ‘정무감각이 없거나’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는’ 검찰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촛불혁명 이전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덕목이다. 이제 검찰은 혁명의 정무감각을 가져야 하고, 우면하지 않아도 좌고는 해야 한다. 그런 미래의 검찰이 바로 민변 변호사들이 주도할 공수처라는 것이다.
국민의 뜻이 검찰개혁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을 반복해서 듣고 있어야 하는 쪽은 미칠 지경이다. 조국 사태 때 국민은 “그래, 검찰개혁 해야 한다. 그러나 그걸 왜 꼭 위선적인 조국이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대통령은 설득력 있는 답을 하지 못했고 조국은 물러났다. 조국 없는 조국 사태에서 국민은 다시 묻고 있다. “그래, 검찰개혁 해야 한다. 그러나 왜 꼭 공수처여야 하지?”
문 대통령은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수처 말고 무슨 대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통령만 대안을 모르는 듯하다. 한 번 더 말하자면 대통령이 공수처장 임명 방식으로라도 검찰총장을 임명하면 된다. 그 다음은 대체로 조국 씨가 만든 검경 수사권 조정을 실행하면 된다. 그 경우 경찰 비대화라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 개혁하지 못한다. 그 문제는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칸막이를 강화하고 전문수사청을 하나씩 분리하는 식으로 차차 해결할 일이다. 공수처는 전문수사청의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우려 없이 제 기능을 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