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것은 삼성전자 공장 철수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다른 반도체 공장이긴 하지만 철수가 확정된 상태인 외국 기업을 깜짝 방문한 것만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관영매체 환추시보는 한술 더 떠 삼성이 품위 있게 떠났다며 중국 기업도 외국 기업의 행동에서 배워야 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단순히 삼성이 문 닫는 공장 직원들에게 퇴직금은 물론 시계 선물을 주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만은 아닐 것이다. 리 총리의 방문이나 환추시보 평가는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을 결코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떠나는 기업에 대한 칭찬이니 효과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떠나는 글로벌 기업을 비난만 할 수 없는 것이 삼성전자의 후이저우 근로자의 임금을 보면 알 수 있다. 진출 당시인 2008년 1894위안(약 32만 원)에서 2018년 5690위안(약 97만 원)으로 10년 만에 3배로 올랐다. 2018년 광저우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8218위안(약 136만 원)이다. 베트남은 중국 인건비의 절반 정도이고 인도는 더 낮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미중 무역전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 부과 선언 1년 만에 중국을 떠났거나 떠날 것을 검토하는 글로벌 기업이 50여 개에 달했다.
▷중국에서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했던 곳은 산둥성 최대 도시 칭다오다. 중소기업 위주로 2000년대 중반 1만 개 가까이나 있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외환위기 직후 ‘야반도주’ 바람이 불었다. 주원인은 급격한 임금 상승이다. 하룻밤 사이에 100개 이상의 기업이 사라졌다 하니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웬만큼 떠날 중소기업들은 다 떠나 불미스러운 일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탈중국은 이제 글로벌 대기업들로 번지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끊임없이 옮겨 다닐 수밖에 없고, 버림받은 지역 입장에서도 떠나는 기업을 원망만 할 수 없는 냉혹한 글로벌 경쟁시대다. 중국을 떠나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기업이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