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DNA 재감식으로 특정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일었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10년 DNA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 후 수사가 재개된 건수는 총 5679건이다. 채취자의 동의 없이 영장에 따라 집행된 강제 채취 절차에 대해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살인 등 재범률이 높은 11개 유형의 범죄 구속피의자 및 수형자의 DNA는 보관된다. 화성 사건은 33년간 보관해온 DNA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재감식을 의뢰해 용의자를 특정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영장에 따른 DNA 감식 시료 채취 및 등록과정에서 신체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제한받으나 의견진술 기회, 불복 기회 등이 없어 재판청구권을 형해화한다고 판시했다.
2013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일명 ‘DNA 지문’ 판결을 내렸다. 상당한 이유로 구속된 중범죄 피의자의 경우 입안 면봉검사를 통한 DNA 채취 및 분석은 지문채취 및 사진촬영처럼 수정헌법 제4조에 부합되는 ‘합법적인 경찰 기록 절차’라고 판시했다. 피고인 킹의 DNA 샘플은 2009년 폭행죄 구속과정에서 채취됐다. 2003년 발생한 성폭행 미제 사건의 범죄현장에서 수집된 DNA와 일치 판정을 받아 뒤늦게 유죄가 확정됐다.
우리는 DNA법에 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구속피의자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때 심문절차를 신설해야 한다. 헌재가 지적한 위헌 요소를 없애기 위함이다. 또한 생물학적 증거물을 최소한 수형기간 종료일까지 보존해야 한다. DNA 분석기술을 사회적 약자의 무죄 입증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한 때이다.
안준성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미국 변호사